​[특파원칼럼]국회의원 '특별가중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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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7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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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새로 지방 행정관리로 부임받아 떠나는 이에게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두려워해야 할 것 네가지를 당부한다.

첫째는 백성이요, 둘째는 대간, 즉 임금이요, 셋째는 조정, 그리고 넷째는 하늘을 두려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산 선생은 말한다. 목민관이 두려워 하는 것은 언제나 대관과 조정일 뿐, 백성과 하늘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관리들이 정작 자신들이 섬겨야 할 백성 앞에서 거들먹거릴 줄만 알았지 맡은바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음을 꾸짖는 말인 것이다.

지난 4일 미국 공화당의 차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밥 맥도널 전 버지니아 주지사가 뇌물 수수와 부패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버지니아 리피먼두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맥도널 전 주지사에게 적용된 부패, 사기, 노물수수, 위증 등 13개 혐의 가운데 11개, 그리고 부인 모린 맥도널에게 적용된 13개 혐의 가운데 9개에 대해 각각 유죄라고 평결했다.

최종 선고는 내년 1월 초로 예정돼 있는데 최대 30년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버지니아 주지사를 두번 연임한 맥도널은 식품 보조제 생산업체인 스타 사이언스의 최고경영자로부터 골프여행 접대, 롤렉스 시계, 명품 디자이너 의상, 딸 결혼식 비용 등 16만5000달러 상당의 선물과 현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전현직 고위 관리이든, 연방 의회 의원이든 조금이라고 범법행위를 저지르면 그 죄의 댓가를 묻는다.

워싱턴DC의 경우 백악관이나 미 연방 의회 주변에서 자주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데, 가끔 연방 상하원의원들도 참가한다.

그런데 이들이 미리 지정해 놓았던 집회장소에서 한발자국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경찰은 가차 없이 수갑을 채워 연행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전 미국의 경우와 비숫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경우가 한국에서 벌어졌다.

철도 비리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철도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로부터 '사업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버지니아 주지사의 경우와 아주 흡사하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놓은 사람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금품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동기나 행위는 두 사례가 비슷하지만 처리 결과는 완전 딴판이다.

한 사람은 엄격한 법의 잣대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의리'있는 동료들 덕분에 면죄부를 받은 것.

물론 맥도널은 관직에서 물러난 상태이지만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결코 현직 관리에 뒤지지 않는 파워가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백성이나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성이 자신들에게 준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욕심을 채우기 바빴다.

이것은 백성, 즉 국민의 뜻을 저버린 행위로 '배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았고, 또 국민을 위해 일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을 터인데,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짓을 했으니 그에게 줬던 권력을 다시 빼앗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이번에 문제가 된 국회의원을 '살려준'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한 118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도 고려해 볼 만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것은 그들 역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짓게 될지도 모르는 죄에 대해 면죄부를 받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 법 역시 국회의원들이 고쳐야 하는데 과연 지금처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 국민이 원하는 대로 일처리를 할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을 봅아주고 일을 맡긴 이가 누구인지를 다시한번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자신들에게 맡긴 일이 무엇인지 또한 곱씹어봐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국민과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 의리를 저버리면 국민은 등을 지게 된다.

국민과의 의리를 저버리고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있을 필요가 없다.

국회의원은 일반인과 다르다. 국민의 부름을 받고 권력을 위임받은 만큼 자신의 인격을 수행하기에 게을러서는 안되며 항상 국민이 걱정하는 바를 찾아내고,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임기동안 뼈가 부서져라 일해야 한다.

만일 그런 일에 게으르고 엉뚱한 짓거리를 한다면 일반인과 다른 처벌 또한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같은 죄라도 국회의원이 저지를 경우 '특별가중처벌법'을 적용시켜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국민들의 입에서 이러한 말이 나오지 않게 달라져야 한다.

국민과 하늘을 두려워하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달라지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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