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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연애의 기억’ 이권 감독, 마지막 필름카메라 고수한 의미 있는 고집

입력 : 2014-08-25 11:38수정 : 2014-08-25 11:38

이권 영화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반전 로맨스 ‘내 연애의 기억’(제작 아이엠티브이)를 연출한 이권(40)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매우 특이하다.

영화와는 상관이 있다면 있을 수 있지만, 무관하다면 무관할 수 있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하고 뮤직비디오 연출부터 시작했다. 소속도 파라곤뮤직코퍼레이션이다. 뮤직비디오로 경력을 쌓고 각종 CF를 촬영하다 2002년 단편 ‘겁쟁이들이 더 흉폭하다’로 미장센단편영화제 4만번의구타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 관객상과 일본 스킵시티디지털필름페스티벌 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강인, 예성, 이특, 신동, 은혁, 한경, 김희철, 동해, 신동, 최시원, 김기범 등이 출연한 첫 장편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누적 관객수 9만 8284명(영화진흥위원회 발권통계)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첫 주말 107개 스크린에서 거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이후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브라운관에도 입성했다.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지만 원래 이권 감독의 꿈은 영화였다.
 

이권 영화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권 감독은 영화에 대한 나름의 고집이 있는 영화인이었다. ‘내 연애의 기억’에서 주인공 은진(강예원)과 현석(송새벽)은 연인이 되고 난 후 동물원을 자주 방문한다. 은진과 현석은 햇살 따뜻한 동물원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키스도 나누며 알콩달콩 사랑을 키운다. 이때 이권 감독은 따스한 봄날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16㎜ 필름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왜 필름카메라를 고수하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CG(컴퓨터그래픽)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필름이라는 것 자체가 아는 사람만 아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게 무의식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죠. 빛을 받아들이는 채도라든가, 색온도가 디지털카메라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은진과 현석의 행복했던 한 때를 간략하게 보여줘야할 부분은 기록영화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죠. 8㎜ 홈비디오 느낌도 있었으면 했고요.”

이권 감독의 바람대로 16㎜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은진과 현석의 회상신은 관객들에게 잠시 ‘옛날’을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더 이상 한국영화에서 필름카메라로 제작된 영화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권 감독은 “이제 제가 알기로는 필름현상소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예전에 필름카메라로 영화를 만들 때에는, 카메라와 필름을 분리하는 허드렛일은 스태프들 중 막내가 전담했었다. 그런데 우리 스태프 중에 카메라 감독 말고는 카메라와 필름을 분리할 줄 아는 인원이 아무도 없었다”며 “결국 카메라 감독이 직접 카메라와 필름을 분리해야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아마 ‘마더’가 영화 전체를 필름으로 찍은 마지막 영화일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이권 영화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마더’의 연출자는 봉준호 감독. 이권 감독은 봉준호 감독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에는 송곳처럼 찌르는 위트가 있어요. 맞는 듯 아닌 듯 풍자가 있죠. 예컨대 ‘괴물’에서 초반 괴물이 등장하게 된 계기인 포름알데히드 방류 사건은 실제로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무단 방류한 사건을 꼬집는, 그런 부분이요.”

이권 감독 역시 위트가 넘치는 연출가다. 이권 감독은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대사로 본인이 하고자하는 주제를 전달했다. 이권 감독의 말마따나 ‘내 연애의 기억’은 은진의 성장담과 같은 영화다.

고등학교 시절 일진과 사귀며 연애를 시작한 은진(강예원)은 사실 남자 운이 없다. “처음이라더니 왜 피가 안 나느냐”라고 외치는 일진과 헤어지고 만난 대학생 오빠는 군대에 가더니 다방 종업원과 눈이 맞아 말뚝을 밖아 버렸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을 만나보자는 생각에 대학 교수와 연애를 했지만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 교수의 아내에게 머리를 뜯겨 아직도 원형 탈모가 있다는 슬픈 얘기다.

그러다 만난 락커 연하남은 어린만큼 아주 개방적인 연애 가치관의 소유자로, 다른 여자와 만나는 모습에 헤어져버렸다. 영화 감독도 사귀었지만 여배우와 스캔들이 나더니, 결혼까지 발표한다.

6번째로 만난 직장 상사는 더했다. 틈만 나면 ‘오피스 성적 판타지’에 자신을 끌어들이더니 “너 나랑 결혼할 생각이었어? 너 쿨한 여자잖아. 너도 그냥 즐긴거 아니야?”라며 이별을 고했다. 그러자 은진은 6번째 연인에게 물을 시원하게 뿌리고 떠난다.

우연히 만나 연인이 된 현석은 ‘까면 깔수록 비밀이 쏟아지는 남자’다. 다 안다고 생각한 남자가 알고 보니 비밀 투성이다.
 

이권 영화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이에 은진이 엄마(조경숙)에게 “엄마는 아빠에 대해 언제 다 안다고 생각했어?”라고 묻자 엄마는 “15년 같이 사니까 그제야 아빠라는 사람을 알겠더라”라고 답한다.

이권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노력과 많은 애정이 필요한 일”이라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관계를 지속하다가 서로의 마음을 몰라 갈등에 빠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서로를 이해해주면 그 관계가 발전하게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이와, 사랑하는 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연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갈 ‘내 연애의 기억’은 전국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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