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잘 놀아야 일도 열심히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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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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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포트 슈즈업계 국내 1위…프로골퍼 김우현 키워낸 '골프 대디'

 

김원길 대표                                                                      [사진=바이네르 제공]



<“컴포트 슈즈업계 국내 1위 비결은
행복지수 1등 기업 추구한 결과"
직원들에게 고가의 레저 장비 제공>



김원길(53) 바이네르 대표는 국내 중견기업계, 특히 제화업계에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스포츠카를 비롯한 고급 스포츠·레저 장비를 장만해두고 직원들이 원할 때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 셋째 자녀를 둔 직원이 나오면 회사에서 2000만원을 지원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대표에게 최근 또한번 이름을 알릴 기회가 생겼다. 아들 때문이다.

지난달 그의 차남 김우현(23)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7년만에 ‘생애 첫승과 2승’을 연달아 했기 때문이다. 아직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 유명하지만, 곧 아들이 아버지를 넘어설지도 모른다.

비즈니스와 ‘아들 농사’를 모두 성공으로 이끈 그의 사업장은 뜻밖에도 경기도 일산 외곽의 논두렁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김 대표와 바이네르(Vainer)가 일반에 알려진 계기가 된 그의 독특한 경영 모토가 궁금했다.

“행복지수 1등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러려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아야 하는 것이지요. 직원들의 취미생활을 위해 고가의 스포츠카 보트 카누 별장 승마 등을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지요. 종업원 250명의 중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행복한 일터,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을 만드는데 이만한 지원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종업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100%에 가깝다.

그는 20년전인 1994년 안토니제화를 설립했고 그 2년 후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바이네르의 한국 라이선스 판매권을 샀다. 2011년에는 바이네르 상표권을 인수해 국내 ‘컴포트 슈즈’업계의 정상에 섰다.

지금은 신발은 바이네르 브랜드로, 핸드백·지갑·벨트 등은 안토니 브랜드로 상품을 내고 있다. 연간 매출액 500억원정도이지만 골프단과 볼링단을 운영하면서 사회공헌·장학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아들 골프시켜 성공한 ‘골프 대디’
한국골프 발전 위해 프로대회 창설도
“기업경영과 골프는 비슷한 점 많아
결국 열심히 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



그는 기업경영과 골프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지만 결국 열심히 노력하는 자가 최후에 웃는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기업이든 골프든, 어떤 때에는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실적(성적)은 생각만큼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자’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합니다.”

그는 골프입문 초기 같은 연습장에 다니던 클럽챔피언 출신의 한 아마추어 고수와 동반플레이를 하곤 했는데 매번 지다시피했다. 승부욕이 유달랐던 그는 당시 네 살이던 작은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쳐 골프선수로 키우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당시 그를 제압했던 ‘고수’의 아들도 막 골프를 배울 때였기에 김 대표도 아들에게 클럽을 쥐어주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간파했던지 골프를 곧잘 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국가대표와 상비군에도 뽑혔다.

프로가 된 아들은 지난달 35개 대회 출전만에 첫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그것도 첫날 코스 레코드에 KPGA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까지 세우며….

아들이 정상급 선수가 되기까지 그는 ‘도우미’였다.

“아들이 국가대표가 될 때까지 연습장에 같이 가면서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또 A4용지 한 장에 인쇄된 ‘골프 기록표’를 주어 매일 적게 했습니다. 거기에는 스코어뿐 아니라, 좋았던 샷, 미스샷, 3퍼트, 첫 퍼트거리, 성공하거나 실수한 퍼트 거리와 원인, 연습 목적, 스윙 점검, 단점, 주특기, 앞으로 배워야 할 것 등 10여가지 항목이 있지요. 그런데도 노승열 이경훈 송영한 김기환 등 함께 국가대표를 한 동갑내기들보다 첫 우승을 늦게 하거나 이름이 덜 알려졌습니다. 대기만성이라고 하면 지날칠까요? 우승하기까지 조바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내 꿈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싶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비를 일절 주지 않았습니다. 대학(연세대) 등록금도 스스로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그런 설움을 당하고나서야 스스로 열심히 하더라고요. 올해 2승을 거둔 것도 그 일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김 대표는 ‘골프 대디(daddy)’답게 한국프로골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다. 최근 KPGA투어 ‘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총상금 5억원)을 창설해 올해부터 3년간 타이틀스폰서를 맡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근 20년동안 아들의 골프를 지켜본 그는 할 말도 많은 듯했다.

“한국이 골프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골퍼들의 저변이 넓어져야 합니다. 지금은 골프인구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않아요? 저변은 주니어골퍼들을 골프에 입문시키는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어렸을 적에 골프에 접한 사람들은 성인이 돼서도 골프를 치지 않겠습니까. 그러러면 미래 고객인 청소년 골퍼들의 그린피를 미국처럼 큰폭으로 낮춰야 합니다. 지금처럼 라운드 비용이 어른이나 청소년 할 것없이 20만∼30만원 들면 누가 골프에 선뜻 입문하겠습니까.”

그는 아들이 국가대표를 지낸데다 20대 초반에 2승을 거뒀으니 ‘골프 아빠’로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볼만 하다.

“아이를 골프선수로 키우려면 1년에 5000만원은 들어갈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고 무엇보다 조급하지 않는 마음을 갖되 기본부터 충실히 가르치고 체력훈련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을 해라’식의 강요보다는 ‘∼을 할 수 있겠어?’식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더파까지 기록한 그에게 아마추어 골퍼들이 스코어를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요청했다. 그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셋업했을 때의 그립 악력을 샷이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컨대 어드레스-백스윙-톱-다운스윙-임팩트-폴로 스루-피니시에 이르는동안 클럽을 쥐고 있는 힘이 일정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라운드 후 연습이 ‘최고의 연습’이라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라운드에서 나온 미스샷을 그 직후 바로 체크하고 교정하면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연습이 되더라고요. 연습 환경이 미비하고 ‘19홀 관행’을 타파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굳게 맘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봐요.”

바이네르는 국내 컴포트 골프화 시장에서 정상에 섰다. 그의 아들도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무대에 도전할 차례다. 김 대표는 “아들보다 먼저 세계 챔피언이 돼야죠”라며 웃는다.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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