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불안해서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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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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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총격사건 소식에 미주 한인들도 상당히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의 총기 관련 사고 이야기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피부로 느껴지는 불안감은 예전같지 않다는 여론이다.

특히 교내에서 계속되는 총격사건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땅을 밟은 유학생 학부모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보장된다는 헌법에 따라 무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다.

각 주마다 도시마다 조금씩 규제의 강도는 다르지만 라이센스만 있으면 얼마든지 총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총격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현실적인 방안은 볼 수 없다.

오히려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격사건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총기소지를 더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깥에 나가면 총을 쏴대는 이들이 많으니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총을 갖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어느 지역에서는 학교 교사들에게 교내에서 방탄조끼 착용과 함께 총기를 항상 갖고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만일 이러한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현실화 된다면 서부영화에서처럼 저마다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다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총격사건이 일어나면 곧바로 총기매매량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총격사건 때문에 정부가 나서 규제를 강화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면 총알이 날개돋힌듯이 팔린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주요 총격사건을 살펴보면 외출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고민을 해야 할 정도다.

지난 6월 5일 시애틀 퍼시픽대학교 교내 총격에 이어 10일 오레건주 포틀랜드 지역 고등학교 총격까지 1주일 사이에 미 전역에서 3건의 총기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올해 들어 발생한 총격 사건을 보면 발생장소가 영화관 뿐만 아니라 사교클럽, 군부대, 경찰서, 고등학교, 대학교, 대형마트 등 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많았다.

총기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한인사회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버지니아텍 사건 당시 가해자도 한인이었지만 당시 부상자 중에도 한인이 있었다.

시애틀 퍼시픽대학교 총격 당시 한인인 폴 이씨가 총에 맞아 숨졌다. 6월 6일 30대의 한 한인남성이 직장 동료를 상대로 총기난사를 기도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총을 쏘는 사람들이 대부분 평상시에는 조용하고 평범한 이들이었다는 것이다. 범행자 가눙데는 정신질환자나 극우주의자들도 있지만 겉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들이 저지르는 총격 사건이 점점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런 이들의 범행이나 유형을 미리 예상해서 대비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총을 쏴대는 이들의 상당수가 평소 범죄드라마를 즐겨보며 자신의 억눌린 좌절감과 낭패감으로 복수심 속에 사회적 고립을 자처하고,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총기규제문제는 미국에서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총기소지 금지하는 법을 만든다 해도 이미 집집마다 갖고 있는 수억 정의 총을 전수 회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총기제조업계와 총기소지 옹호단체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들의 로비에 미국 정치인들은 총기규제문제에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총기제조업계와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은 말한다. '총을 쏘는 사람이 문제지, 총은 잘못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사람을 잘 통제하면 총격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이러한 노리를 펴는 사람들이 미국 땅에서 없어지지 않는한 총기 소지는 계속될 것이고, 어처구니 없는 총격 사고 또한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국민은 물론 한인들이 무서워 하는 것이다. 배우자를 직장에 출근시키면서, 자식을 학교에 보내면서 '오늘도 무사히'라며 기도를 올리는 수밖에 없는 미국의 현실이 갑갑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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