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여기는 진도 팽목항 "혼란속에 간절한 목마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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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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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 [진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뜨거운 젊음을 집어삼킨 바다는 287명 실종자의 가족들이 토하는 울부짖음을 차갑게 외면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비롯해 승객과 승무원 475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는 검푸른 바다에 잠겨 말이 없다.

17일 새벽 진도 팽목항. 각종 구호단체가 임시 쉼터를 만들었지만, 가족들은 추운 바닷바람에도 먹먹히 바다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DMB로 구조 상황을 확인하던 가족들은 변하지 않는 야속한 생존자 수에 연신 한숨만 내뱉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 아들이 저기 있다”는 가족들이 외침에 돌아오는 것은 “밤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공허한 대답이었다.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 대한 생존자 수색 작업이 이틀째 펼쳐지고 있지만 기다리는 생존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사망자만 하나둘씩 늘어 실낱같은 희망을 짓밟고 있다. 해경·해군들보다 생존자 찾기에 더 열을 올리던 민간 잠수부 3명이 한때 실종됐다가 십여분 만에 다시 구조되면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국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듯 UDT(수중폭파대)에 SSU(해난구조대)까지 투입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실종자 수색이 난항에 부딪힐수록 실종자의 속은 더욱 검게 타들어 갔고 손바닥보다 더 쉽게 뒤집히는 당국의 발표 내용은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죽였다. 수색 인원과 장비를 늘리라는 실종 가족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그 중 몇몇은 “믿을 곳도 기댈 곳도 없다”며 직접 자식을 찾기 위해 바다로 가겠다고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17일 오전 구조선을 타고 세월호 근처까지 접근한 가족들은 자식을 집어 삼킨 바다가 야속한 듯 소리를 지르다가도 “제발 아이를 살려달라”고 누구에게 비는 지도 모를 애원을 올렸다. “아이를 구했을 때 덮어줄 담요가 필요하다”는 민간 잠수부의 외침에 가족들이 노지에서 깔고 덮던 담요 수십 장이 한데 모이는 데에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담요를 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도 무심했다.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상황인 17일 오후 2시 세월호 주변 바다의 파도는 최대 1.2m로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바람도 초속 10.2m로 오전 10시 기준 초속 8.9m보다 더욱 강해졌다. 수온 역시 11.6도로 사고 당일보다 낮아져 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 잠수부 수색과 함께 한가닥 기대를 모았던 선체 공기주입작업(에어호스)도 선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끝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비극이라는 사실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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