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차이나타운 24시>하-특별치안구역 대림동… 작은 다툼이 흉기사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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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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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경찰서 대림파출소 전경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지난 4일 오후 10시40분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파출소. 한밤의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고 야간근무였던 조홍석(55) 경위는 수화기를 들었다. "경찰서죠(?). 대림2동 K아파트 앞 대로변에 긴 칼을 든 사람 2명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술에 취해서 거리를 활보하는데 누구도 말리지 않아요. 중국사람들인 것 같은데 너무 무서워요."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 경위는 폭력 사건임을 직감했다. 서둘러 개인장비를 확인하고 동료와 함께 순찰차량에 올랐다. 통화를 마치고 5분쯤 지났을까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도 긴박한 상황은 계속됐다. 길이 40cm 가량의 흉기를 손에 들고서 거리를 누비는 중국인 2명이 발견됐다. 일행은 누군가를 찾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먼저 다친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한 조 경위는 곧장 설득에 나섰다. "경찰입니다. 칼을 내려놓으세요. 위험합니다." 다행히 별다른 저항은 없었지만 만약 흉기를 휘둘렀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앞서 한 차례 동포들과 실랑이가 있은 뒤 보복에 나선 것으로 조 경위는 판단했다. 30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경찰관도 이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었다고 회상했다.

대림동은 서울의 대표적 중국인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주변에 한글 간판보다 한자로 쓰인 간판이 많다. 이 일대에서도 밤 문화가 가장 발달한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치안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대림파출소다. 경찰관 37명이 하루 8~10명씩 팀을 꾸려 4조2교대로 근무한다. 대림동은 경찰에서도 인정한 특별치안강화구역이다.

문제는 중국 교포들간 크고 작은 다툼이 흉기사용과 집단폭행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들어 20~30대 젊은 청년층이 빠르게 대림동 지역사회로 유입되면서 조직적·규모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대림파출소 직원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테이저건(전기충격기)에 가스총, 칼을 막아내는 방건복 착용은 기본이다.

대림동의 치안 불안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6년간(2008~2013년 8월) 외국인 5대 범죄 피의자 검거 현황'을 보면 2008년 6679명에서 2009년 7884명, 2010년 8185명, 2011년 1만164명, 2012년 1만720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올해는 7420명이 검거돼 강력 범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림동을 포함한 영등포구에서만 작년 한해 652명(살인 10명, 강도 3명, 강간 11명, 절도 40명, 폭력 588명)이 5대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 교포들의 '흉기 사건'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만큼 빈번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7월에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중국 국적의 B(33)씨가 한 지인에게 칼을 휘둘러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앞서 2월에는 시비에 휘말린 20대 A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인근 슈퍼에서 흉기를 구입, 상대방을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대림동이 중국 교포간 '만남의 장소'가 된 근본적 원인으로 각종 자격증 학원과 일자리 알선기관 즉, 직업소개소를 든다. 중국인들이 국내 장기간 머물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비자로 입국증명 변경이 필요한데, 이런 일련의 절차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장기 체류를 원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그들만의 터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먹을거리, 즐길거리 등으로 주변환경도 넓게 자리를 잡았다. 주말이면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흩어져 생활하던 이들도 모여든다고 한다.

유달리 자기방어심리가 강한 중국의 문화·역사적 특성 탓에 교포들이 무의식적으로 흉기를 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어깨가 부딪혔다', '괜히 쳐다봤다' '반말을 했다' 등 아주 사소한 이유를 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심지어 살인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대림2동 교포거리에는 중국 조직폭력배까지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이곳에 우리 시민들은 아예 접근하지 않는 게 일반화됐을 정도다.

경찰은 중국인 범죄 상당수가 국내 체류 중인 동포들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작년 이맘때 중국 교포들을 대상으로 '칼 등 흉기 휴대는 법으로 금지돼 있어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동네 곳곳에 커다란 현수막도 내걸었다. 폭행 시비에 휘말린 중국인들이 흉기 등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사례가 잦아 계도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내년에 정년을 앞뒀다는 대림파출소 윤서현 경위는 "중국인들은 두 세명이 싸우다가도 수십, 수백명이 몰리는 건 순식간이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현장에서 에워싸는 형태로 항의하기도 한다"면서 "상의 안 주머니 또는 바지 등에 흉기를 평소 휴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사무실을 벗어날 때부터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교포들이 경찰관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윤 경위는 얼마 전 자정께 음식점에서 주먹다툼을 벌여 파출소에 연행된 중국인들이 빤히 경찰관을 노려보고 시비를 걸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인들간 다툼은 1주일에도 수 차례 발생하는데 단순폭력이 유리병, 집기 등의 강력사건으로 번지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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