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을 통해 성장한 중국 조선사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을 이기기 위해 이번 수주전에 많은 공을 들였으나, 한국을 넘지 못하고 패배해 치솟던 사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외신 보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컨테이너선사인 차이나시핑 컨테이너라인(CSCL)이 최근 공시를 통해 1만8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5척을 한국 조선사에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낮은 입찰가와 조건을 제시해 사실상 정식 수주를 눈앞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CSCL은 중동 선사인 유나이티드 아랍 시핑(UASC)과 함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UASC도 동급 선박 5척을 발주키로 하고 조선사들로부터 입찰의향서를 접수해 업체를 저울질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CSCL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 조선사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은 물론 중국 조선사들과 경쟁했는데, 일부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의 우세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내외 선사들에게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대신 선박을 자국 조선사에 발주토록 유도한 바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빅3에 비해 떨어지는 점이 CSCL이 한국 조선사를 선택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선박은 초기 건조비 못지않게 운항 및 유지보수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또한 매각할 때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은 초기 건조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만 빼면 장점이 없다.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중국 선사들은 꾸준히 한국 조선사에 건조를 맡기려고 물밑접촉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장쑤룽성중공업은 브라질 철광 메이저업체인 발레로부터 '발레막스'로 불리는 40만t급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 12척을 한국에 앞서 세계 최초로 수주했으나 건조작업이 지연되며 1년 뒤에 수주한 대우조선해양보다 첫 선박 인도가 늦었던 사례도 있다.
한편 CSCL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는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컨테이너선 신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지난 2011년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으로부터 총 20척을 수주한 이후 발주가 끊겼는데, CSCL에 이어 UASC가 발주를 마친다면 경기침체로 잠시 수그러졌던 선사간 주도권 다툼이 재개되면서 신조 선박 발주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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