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 버무러진 '종말의 날' 지구촌 '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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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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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업주의 버무러진 '종말의 날' 지구촌 '법석'

고대 마야인들이 남긴 마야 달력 주기가 끝나는 날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일부 종말론자들의 주장으로 인해 당일인 21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정작 고대 마야인들은 이 같은 '지구 최후의 날'을 예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의 '맹신'과 종말론을 '파티'로 연결해 돈을 벌려는 상술이 결합하면서 일부 보통사람들에게까지 '혹시나' 하는 호기심과 심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바위산인 부가라치산은 '최후의 날' 세계에서 유일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곳이다. 몰려드는 종말론자들로 200명이 사는 주변 마을의 '평화'가 깨질 우려가 생기자 결국 경찰관들이 나서 외지인 유입을 통제하고 있다.
종말론에 대한 믿음으로 이곳을 찾아온 배관공 뤼드빅 브로케(30)씨는 "세계의 마지막 순간에 여기서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 미셸 포우스씨는 인터넷에서 종말론 루머를 퍼트린 사람들을 비난하며 "그들이 언론을 흥분하게 만들고, 거짓된 행사를 만들어 냈다"며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한 러시아 박물관은 스탈린 시절 건설된 모스크바 중심부의 한 지하벙커를 이용해 '종말론 돈벌이'를 하고 있다. 

지하 65m에 있는 이 벙커는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데다 독립적인 물과 전기 공급 시스템에 비상식량까지 갖췄다. 박물관 측은 1천500달러(161만원)를 받고 이곳을 대피장소로 제공하는데, 티켓 1천장이 모두 팔렸다. 박물관은 만약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 티켓값 절반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농반진반'으로 "약 45억년 후에 지구 최후의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과학적으로 태양이 거의 소멸되는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45억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소개한 뒤 '터프가이' 답게 "그것을 피할 수 없다면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냐"라고 말했다. 

◇영국 

영국 솔즈베리 평원의 석기시대 원형유적인 스톤헨지는 20일 '지구종말 파티'를 즐기러 온 수백명의 관광객으로 들썩거렸다.
영국의 고대 켈트족 종교인 드루이드교 성직자 아서 우서 펜드라곤은 "우리는 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 중에는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방주 안에서 코스요리를 즐기는 이른바 '최후의 만찬 클럽'도 있다. 

◇세르비아

산 정상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생긴 세르비아 루탄쥬 산(높이 1천569m)은 종말론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 지구가 종말한다는 주장을 믿는 신도들이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동쪽 320km에 위치한 이 산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종말론자들은 루탄쥬산이 지구종말의 때 인간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과거 악마 마법사를 삼킨 이 '성산'이 최후의 날 문을 열어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라는 주술적 믿음이다. 한 현지 주민은 "피난처를 구하는 네덜란드 사람의 전화까지 받고 있다"며 "그들은 가급적 산에서 가까운 곳으로 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터키·이탈리아 

와인으로 유명한 터키의 쉬린제 마을도 종말론자들의 손꼽히는 피난처 중 하나다. 그러나 20일 종말론자보다 기자들과 정부의 보안요원들이 더 많이 오는 바람에 현지 식당주인들과 기념품가게들은 울상이 됐다. 

이탈리아 남부 치스테르니노에서는 21일 대규모 파티가 예정된 가운데, 도시 광장에는 애드벌룬과 음악이 주민들의 흥을 돋웠다. 현지 호텔에는 수백명의 관광객이 예약해 둔 상태다. 

도나토 바카로 시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12월21일 종말론'을 믿지 않는다면서도 "세계의 끝을 기다리는 마당에 누구도 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과테말라 

마야 문명의 근거지인 멕시코는 21일을 최후의 날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날로 포장하며 아예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남부 유카탄주(州) 정부는 14일부터 주도인 메리다 등지에서 '2012 마야 문화 축제'를 열고 있다.

20일 메리다시 컨벤션센터에는 주술가, 점성가, 수피교도, 힌두교 학자 등 1천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23일까지 이른바 '예언자 정상회의'를 갖고 새 시대의 도래를 축하하기로 했다. 

이 회의의 대표인 안토니오 바스케스 알바는 종말론에 대해 "우리는 과거 집단 자살 등으로 연결된 집단 정신병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1일 밤 메리다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5천페소(한화 42만원 상당)를 내고 과거 마야식 요리를 즐기는 만찬 행사가 열린다. 

과거 멕시코 남부지역과 함께 마야문명이 번성했던 과테말라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1일 북부 페텐주에 위치한 티칼 국립공원과 제2도시인 셀라 등 10여개 도시에서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의식과 기자회견, 음식축제 등이 열린다.
티칼에서 열리는 행사 개막식에는 과테말라 정부의 초청을 받은 라우라 친치야 코스타리카 대통령도 함께 할 예정이다.

◇미국·중국 

일부 미국인은 '최후의 날' 을 조롱하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
고대 미신들이 외계 우주비행사들의 방문을 계기로 생겨났다고 믿는 히스토리 채널 제작자 조르지오 추칼로스는 최후의 날을 '술안주'삼아 21일 뉴올리언스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다.

또 최근 허난성에서 발생한 종말론자의 칼부림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중국은 종말론자들에게 철퇴를 내리고 있다. 

당국은 종말론 유포의 핵심 세력으로 신흥 종교 집단 '전능신(全能神敎)' 교단을 지목해 이번주 들어 신도 1천여명을 체포하고, 갖고 있던 책과 CD 등을 압수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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