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고졸자 ‘신의 직장’ 입성 자격은 상위 1%?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공기업의 고졸채용이 확대되며‘고졸신화’가 다시 한번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난다긴다 하는 대학생들도 들어가기 힘든 금융권 공기업에 고졸 학력만으로 당당하게 입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학력인플레이션 해소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고졸자 채용 바람이 금융권에도 불어오고 있다. 올초 한국거래소가 고졸자를 채용의 포문을 연데 이어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도 앞으로 고졸채용이 계획돼 있다.

현재 고졸 채용이 한창 진행 중인 예탁결제원은 고졸 채용 정원을 대폭 늘려 전체 신입 정원 19명 중 4명을 고졸자로 선발한다. 지원자격은 성적 상위 12% 이내인 학생들이다. 코스콤 역시 작년 인턴으로 선발된 2명의 고졸자를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더불어 2명의 고졸자를 더 뽑을 계획이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초 다른 금융권 공기업보다 다소 적은 숫자인 2명의 고졸 신입직원을 선발했다.

하지만 고졸자들이 금융권 공기업에 들어가기는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평범한’고졸자들은 원서조차 낼 수 없는‘그림에 떡’인 경우가 아직도 많다. 현재 채용과정이 진행 중인 예탁결제원의 경우 학교별 1명씩 학교장 추천을 받은 사람만 원서를 낼 수 있다. 올 초 2명의 고졸자를 채용한 한국거래소의 경우 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일부로 한정했고, 그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은 사람에 한해 원서접수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들지 못하는 평범한 고졸자들은 금융권 공기업의 채용공고가 나도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것 같던 고졸 신분의 '신의 직장' 입성은 여전히 소수 1%에게만 해당하는 유토피아인 것이다.

'고졸 신화'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어느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금융권 공기업이 그간의‘신의 직장’이란 불명예(?)를 벗기 위해선 고졸 채용이 상위 1%에게만 해당하는 특권이 아닌, 누구나 시도해 볼 법한 당연한 권리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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