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국지 기행2-허베이편> 2-2 줘저우 '부드러운 사나이'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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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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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서화가 장비


(아주경제 배인선·김현철 기자) “장비가 무예만 뛰어난 줄 아시오? 서화도 뛰어났다오.”
 
 
삼의궁 내 삼의전에 있는 장비상. 얼굴이 검은색인 이유는 정직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전해져 내려온다.

 
 장비의 사당에서 만난 안내원이 우리에게 장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로 장비가 싸움뿐만 아니라 문무를 겸비한 출중한 인물이었다는 것.
 
 줘저우에서 태어난 이 안내원은 “줘저우 시내 고성(古城)의 성벽이나 이웃마을 팡수(房樹)촌의 만물각(萬佛閣)에 그려진 벽화는 장비의 서화 솜씨를 후대 사람들이 그대로 모방해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민간 설화나 소설 속에서 장비가 미인도를 잘 그렸다는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다”며 “그 솜씨는 조조의 아들 조비 만큼이나 빼어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나라 때 <역대화기록(歷代畵記綠)>에 보면 ‘장비는 줘저우인으로 미인도를 잘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미인도를 잘 그린것과는 상관이 없겠지만 두주불사에 호탕한 성격인 장비는 필시 색도 밝혔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간다.
 
 또 장비는 사대부 집안 출신으로 열세살 때 이미 춘추를 깨우치고 손자병법에 능했다고 하니 우리가 알려져 있듯이 그저 단순 무식하게 힘만 센 그런 우스꽝스러운 인물은 아닌 듯 하다.
 
 취재진이 조자룡의 고향 정딩(正定)현에 있는 조자룡 사당에 갔을 때도 장비가 썼다는 비문의 탁본을 볼 수 있었다.
 
 
정딩(正定)현 조자룡 사당에 있는 장비가 썼다는 비문의 탁본.

 
 “汉将军飞,率精卒万人,大破贼首张合于八蒙,立马勒铭。”(한장군비, 솔정무만인, 대파적수장합어팔몽, 입마륵명)
 
 내용은 ‘한나라 장군 장비가 병사 1만 명을 이끌고 팔몽에서 적의 수장인 장합을 격파했으니 이에 말을 멈추고 글을 새기노라’란 뜻이다.
 
 이 탁본과 관련해서는 서기 215년 장비가 소규모 군사를 거느리고 조조의 수장 장합을 쓰촨(四川)성 팔몽산에서 격파한 후에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바위를 종이 삼고 전장에서 휘두르는 장팔사모를 붓 삼아 ‘입마명(立馬銘)’이라는 시를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힘만 세고 무식한 장수가 썼다고 보기엔 힘든, 한자씩 또박또박 썼지만 분명 힘이 있고 장부의 기개가 느껴지는 필체다.
 
 또 지략과 심리적으로 함정을 파서 장합을 물리친 이 전쟁에서는 장비의 지혜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명나라 때 쓰여진 <태평청화> 등의 역사서에는 실제로 쓰촨성 류장(流江)현에서 장비가 절벽에 새긴 입마명이 발견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물론 현재 입마명 비문은 강물에 닳고 닳아 남아있지 않고 청나라 때의 탁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탁본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한나라 때 쓰여진 비문이 아니다’ ‘장비가 새긴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조작한 것’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비는 촉나라 건국공신이면서도 유비나 관우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장비에 대한 이러한 진실도 함께 흐릿해 졌으리라. 소설 삼국지 속 장비는 걸핏하면 욱하는 성질에,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부하를 때리는 단순 무식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록문화가 없던 시절 저잣거리에서 삼국지 얘기를 실감나게 전했던 설서인(이야기꾼)들이 가장 선호했던 주인공이 바로 무용담이 많은 장비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는 그래도 어디 한 군데 허술한, 소위말해 ‘사람 냄새’ 나는 사람 주위에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중국에는 지금도‘장비가 콩나물 먹다(식은 죽 먹기)’ ‘장비가 고기를 팔다(말만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음)’ ‘장비가 바늘귀에 실을 꿰다(서로 눈만 멀뚱거리고 있다)’등 삼국지 인물 중 유난히 장비와 관련된 속담이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는 일반 백성들이 똑똑한 엘리트보다 실수투성이의 '인간 장비'에게 더 매료되고 더 큰 애착을 가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욱하는 성격때문에 실수가 잦은 허점도 있지만 미인도나 풍류도도 곧잘 그릴 줄 아는 장비, 이게 바로 천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장비의 매력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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