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무상이라는 주술에 현혹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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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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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임식에서 마지막까지 '재정 포퓰리즘' 경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정부과천청사를 떠나고 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지난 2년 4개월 동안 항상 갑옷을 입은 채 전장(戰場)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이제 그 마음의 갑옷을 벗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지하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경제팀 수장’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윤 장관은 “‘미증유’, ‘최악의 대공황’으로 비유되던 위기 상황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30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을 펼쳤다”며 정신없이 지나온 시간을 ‘휘모리장단’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아 외신으로부터‘교과서적 경기회복(textbook recovery)’이라는 외신의 평가를 듣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은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장관은 “G20회의는 언제나 변방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이 어느새 세계의 중심국가로 도약한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대한민국 근대경제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 일자리, 성장동력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윤 장관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기후변화 등으로 물가상승에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있었긴 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또 임기 내내 강력하게 주장했던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이뤄내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걸리고 경제체질 개선과 신성장동력 분야, 서비스산업 선진화부문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창출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경륜으로 무장한 신임 박재완 장관에게 바톤을 넘기게 돼 마음이 한결 가볍다면서 재정부 후배들에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장과 재정건전성, 시장과의 소통, 전문성과 도덕성·글로벌 마인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재정 포퓰리즘’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대했던 무상 복지에 대해서는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있다는 점에서 복지의 확대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경제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중장기적인 재원배분의 틀에 맞추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무상(無償)이라는 주술(呪術)에 맞서다가 재정부가 사방에서 고립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개발도상국에 희망의 증거가 된 이 특별한 나라에서 경제관료로 일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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