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베트남 남부 까마우 지역 농가들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쌀값과 판로 막힘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쌀값은 kg당 5000동(약 264원) 수준까지 떨어지며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수확한 벼가 창고에 쌓여만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부가가치 제고를 통해 충격을 완화하려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베트남 청년신문에 따르면, 산업무역부는 필리핀이 지난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두 달 간 쌀 수입을 중단했고, 인도네시아는 국내 공급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올해 말까지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약 50만톤의 베트남산 쌀이 수출길이 막혔으며 까마우를 비롯한 주요 생산지의 쌀값은 ST24와 ST25 품종이 kg당 5000동으로 떨어졌다. 이는 시즌 초보다 4000동(약 210원) 하락한 수준이다.
까마우 빈푹 지역의 한 농부는 갓 수확한 쌀을 kg당 5200동에 팔았지만 수확량은 한 공(토지 면적 단위, 약 302.5평)당 20~25자(1자=한 포대로 약 20~22kg, 총 400~500kg)에 불과해 손해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잦은 계절에는 저장이나 건조가 어려워 헐값이라도 팔 수밖에 없다며 “이번 농사는 완전히 손해”라고 토로했다.
카인럼 지역의 다른 농부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쌀을 kg당 5000동에 판다는 것은 몇 달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과 같다”며 “쌀 2kg을 팔아야 물고기 사료 1kg을 살 수 있다”며 상황을 비판했다. 실제로 틸라피아 사료는 kg당 1만2000동(약 6000원)에 거래되고 있어 농민들이 키운 쌀의 가치가 물고기 먹이보다 낮은 실정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다이톰이나 OM 같은 향미 품종은 kg당 6500~7000동(약 340~360원)에 거래됐으나 올해는 5000동 선에 묶여 있다. 시즌 초 잠깐 6000동을 넘기도 했지만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농민들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으며 이익은커녕 손해만 보는 농사가 되고 말았다.
쌀 재배 비용 또한 농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한 농부는 “비료와 농약 값만 한 공당 200만동(약 10만 원) 가까이 된다”며 “여기에 토지 준비와 수확 비용으로 60만동(약 3만 원)이 추가돼 사실상 수익은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쌀을 팔아도 비용을 간신히 맞출 뿐이고 노동력은 무급 수준이 되는 상황이다.
까마우 외곽의 다박, 카인훙, 카인럼 같은 외진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확한 쌀이 그대로 쌓여 있지만 운송이 어렵고 상인들이 매입을 꺼려 쌀 값은 4800동(약 240원)까지 더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농부들은 “과거에는 수확 전부터 상인들이 계약금을 걸고 매입을 약속했지만 올해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며 “비용은 계속 나가는데 쌀은 팔리지 않아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농가 지원을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까마우 성 인민위원회는 산업통상국과 협력해 농민과 협동조합, 상인들에게 수출 중단 상황을 신속히 알리고 생산 및 경영 계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확·저장·유통 전략을 제공하고 국내 소비 우선 정책과 대체 수출 시장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임시 저장 방안도 추진해 농민들이 헐값에 쌀을 처분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산업무역부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1~8월 동안 630만톤의 쌀을 수출했으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4% 감소했다. 필리핀이 290만톤으로 최대 수입국이었으며 코트디부아르가 75만톤, 가나가 66만톤이었다. 반면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은 2만5000톤으로 97.2% 급감했다. 베트남 농업환경부는 올해 총 벼 생산량을 4350만톤으로 추산하며 이 중 1500만톤을 수출 가능 물량으로 보고 있다.
쩐탄남 농업환경부 차관은 올해 여름·가을 작물이 9월 중순까지 수확을 마칠 예정이며 가을·겨울 작물은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수확기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과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트남은 지난해 기준 918만톤 5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쌀을 수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인도와 태국에 이어 세계 3위 쌀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수출 실적 뒤에 가려진 농민들의 고통과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확대만이 아닌 농민들의 안정적인 삶 보장이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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