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러에 대한 환상은 금물"

  • [인터뷰] 이윤지 농협중앙회 자금운용부 차장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0.5초 찰나의 판단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외환딜러의 삶. 자신만의 관점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혼자 져야하는 외환딜러는 생각처럼 화려한 직업이 아니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항상 자기 최면을 걸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손'과 경쟁하느라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는 외환딜러, 이윤지(사진) 농협중앙회 자금운용부 차장을 지난 16일 만나봤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는?

이종통화 현물거래를 맡고 있다. 나만의 관점(view)을 가지고 유동성이 비교적 적은 유로화나 시간대가 같은 엔화 거래 등을 주로 한다.

1997년 농협중앙회에는 입사해 우연히 수출입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에 흥미를 느꼈고 2003년 일본의 농협이라고 할 수 있는 농림중금에 연수를 다녀오며 외환딜러에 대한 매력을 더욱 느끼게 됐다. 

-지금까지 일을 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남유럽 위기를 비롯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 예측하기 어려웠던 올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인 것 같다. 특히 엔화를 사고파는 입장에서 외환딜러로서 발을 내딛은 초기인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일본정부가 엔고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외환딜러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순간의 판단력과 두둑한 베짱이다. 위험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외환딜러의 삶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세계다. 자신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보다는 결국 외화를 얼마나 사들이고 손실은 적게 입었는지에 따라 실적이 평가된다.

따라서 갖가지 변수들이 언제 어떻게 작용해 위기상황이 될지 모를 외환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베팅 실력이 필요하다.

-업무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나

최대한 일과 업무 외의 시간은 구분해 지내려고 한다. 24시간 외화를 사고 팔수 있기 때문에 자칫 이런 구분을 해놓지 않으면 생활이 뒤죽박죽이기 쉽다. 그래서 나는 철저히 업무시간에는 최대한 일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퇴근 후에는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그 다음날 시장상황을 미리미리 파악하고 휴대전화 문자로 전달되는 긴급뉴스 등은 빠트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 또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들과의 시장에서 생긴 갖가지 해프닝들에 대해 얘기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게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 몫을 다해 어떤 분야든 전문가로 인정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외환딜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 이 업무를 평생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대로 시장에 가까운 일을 하고 싶다.

-외환딜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과거보다 외환시장이나 딜러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고 접근도 자유로운 것 같다.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필요하다면 자격증도 몇 개 따 놓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단, 외환딜러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 대신 어떤 돌발적인 위기상황에서도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베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sommoy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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