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더블딥 우려로 술렁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전 세계증시가 더블딥 공포로 출렁거렸다. 대규모 재정적자로 불거진 유럽위기에 긍정적 경제지표를 발표하던 미국의 소비시장 역시 크게 위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위기 속에서 선전하던 중국 경제마저 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블딥(이중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아시아증시는 전날 미국과 유럽증시가 폭락했다는 소식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전날대비 1.96% 하락해 7개월래 최저치로 후퇴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나 빠지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1만선이 또 다시 무너졌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 지수 역시 2.8% 하락해 지난 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날개 꺾인 美경제

이날 미 민간 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는 이날 6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62.7에서 52.9로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3개월간 꾸준했던 상승세가 급격히 꺾인 것이다.

스티븐 리치우토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곧 또다른 위축을 겪을 운명으로 보인다"며 "유럽 역시 디플레이션으로 갈 것이고 일본은 이미 디플레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경기후퇴 양상은 연초 계속되던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용시장의 침체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지난 25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 고용시장은 민간부문 고용확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방센서스국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대량감원이 예고되면서 향후 고용증대는 기대하기 힘들다. 

잇따른 역풍은 주택시장에서도 불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미 정부가 지원정책을 조금씩 거둬들이면서 오름세가 반전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33%나 감소한 30만채에 그쳤다. 이는 관련지표가 집계가 시작된 지난 1963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미 정부가 최대 8000달러 규모의 주택구입 세제혜택을 지난 4월 완전히 종료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기로 빠졌다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경기회복 초기단계의 일시적인 정체라고 분석했다. 리치우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분기 미국 경제가 6%이상 위축된 것을 감안할 때 설령 경기후퇴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1% 이하의 위축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ECB 유동성 회수

그리스발 위기가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자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재정을 자랑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 국가들도 긴축 행렬에 동참했다. 유럽 각국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저성장과 더블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인들에게 긴축에 따른 고통을 경고하며 유례없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2%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어 독일도 향후 4년간 800억유로 규모의 재정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의 재정 적자 비율은 GDP대비 5%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임에도, 2013년까지 EU의 기준(GDP의 3% 이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긴축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유동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위기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내놨던 긴급 대출프로그램을 종료하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9일 3개월 유로리보(런던 은행간 유로 대출 금리)는 전날 대비 0.9베이시스(bp, 1bp=0.01%) 오른 0.688%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10월 23일 이후 고점을 기록했다. ECB가 역내 은행들에 시행한 저금리 대출만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의 자금조달 압박이 심화한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은행들은 내달 1일까지 4420억 유로(5390억 달러)를 ECB에 상환해야 한다. ECB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1% 저금리에 역내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긴급 대출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ECB가 역내 금융권에 제공한 전체 유동성의 절반이 넘는 수준. ECB는 더 이상 1년 물 대출을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며, 대신 3개월 물 대출을 30일 제공할 예정이다.

◇ 세계경제 엔진 중국 너 마저...

세계의 경제엔진으로 떠오른 중국 경제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중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를 당초 1.7% 상승에서 0.3% 상승으로 수정했다.

바트 반 아크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중국이 연간 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며 "2010년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는 지난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서도 선전하며 최근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산업 성장과 소매 매출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약 12%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유럽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미국 경제 성장이 미궁에 빠지게 되면서 중국 경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은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라이언 라슨 RBC글로벌어셋매니지먼트 미국 증시 대표는 "콘퍼런스보드의 전망대로 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 회복세를 떠받치지 못한다면 회복력의 강도는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 성장률의 경미한 조정을 긍정적인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최근 대출규제를 강화했으며 경제학자들 역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자산거품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증권 국제 담당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제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10% 내외인 반면 미국의 기여도는 3분의 1이 넘는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 궤도를 전복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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