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사장 "살 길은 공격적 영업뿐"

   
 
 
최경수(사진) 현대증권 사장은 작년 10월 금융위기가 닥치자 사내 최정예 직원을 모았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회사 돈으로 직접 주식과 채권을 운용하는 상품운용팀. 리먼브러더스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IB)이 잇따라 문을 닫던 시기여서 경쟁사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최경수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위험 없이 수익도 없다고 강조해 온 그는 이런 역발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최 사장은 이 팀을 통해 상반기에만 회사 전체 영업이익 대비 50%를 훌쩍 넘는 593억원을 벌어들였다. 바닥에서 산 주식은 물론 보유한도를 크게 늘린 채권 값까지 뛰어오른 덕분이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위기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고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반등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 코스피는 연초 이후 40% 이상 급등했고 채권도 줄곧 견조한 수익을 안겨줬다.

최 사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상품운용에 역량을 집중한 것은 브로커리지 영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IB와 퇴직연금을 장기적 수익 모델로 삼고 있지만 아직 회사를 떠받칠 만큼 이익을 내고 있진 않다"며 "IB나 퇴직연금으로 건너가는 중간 단계로 자산관리와 상품운용을 강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맞아떨어졌다. 외환위기 이전까진 국내 증권사 수익 가운데 위탁매매 비중이 80%를 넘나들었지만 온라인 매매 증가로 수수료 수익은 급감했다.

수수료 수입을 대신할 수익원으로 상품운용이란 카드를 꺼낸 것. 이 덕분에 회사 수익에서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5%까지 떨어졌다.

이런 선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은행과 정부, 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온 덕분이다.

조달청장 출신으로 관가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인 최 사장은 스스로도 가장 큰 장점을 인적 네트워크로 꼽는다. 덕분에 여러 각도에서 시장을 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 사장은 "현대증권이 살 길은 공격적 영업뿐"이라고 말했다. 손쉽게 영업했던 현대그룹 해체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

영업을 강조하는 이런 상황 인식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와 맞물려 대형 가시적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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