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시중은행 주도로 설립하기로 한 민간 배드뱅크가 출범 전부터 각종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출자 재원과 출자 규모를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 은행과 은행 간의 이견이 커지면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 민간 배드뱅크를 출범시키기로 했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설립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은행 간 협의에 참가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각 은행들이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재 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배드뱅크의 출자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위원회가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대출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자본확충펀드를 배드뱅크 설립에 사용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위가 뒤늦게 딴죽을 걸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배드뱅크 출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배드뱅크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출자 규모를 비롯해 부실채권 평가 기준, 인력 파견, 역선택의 문제 등 실무적인 사안들에 대한 은행 간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실채권 처리 시장에서 배드뱅크와 경쟁하게 될 캠코의 한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를 배드뱅크 설립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던 계획이 여론의 비판으로 무산되자 배드뱅크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각기 이해 관계가 다른 은행들이 모여 배드뱅크를 설립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검토할 것들이 많아 설립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며 "배드뱅크 규모가 상당히 큰 만큼 지나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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