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산 가스 우크라 경유해 유럽 공급 재개 추진…에너지 휴전 유도"

  • 美 중개업체 통해 제재 우회 구상…러시아 가스 판매 수익은 제3국 계좌 예치

  • EU, 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 반대…美, 에너지 가격 인하 내세워 설득

재러드 쿠슈너 미국 대통령 사위왼쪽와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가운데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가 지난 9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재러드 쿠슈너 미국 대통령 사위(왼쪽)와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가운데),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가 지난 9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분야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재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다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지난 9월 모스크바와 키이우를 방문했을 당시 제안한 것으로, 미국 중개업체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판매해 유럽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미국 협상단은 러시아가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 복귀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분야 휴전에 동의할 유인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가스관 통과 수수료를 통해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가스 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제3국의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해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구상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약 2주간 중단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계속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도 지난달 30일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재개하면서 에너지 분야 휴전 논의가 다시 시급해졌다.

미국은 이달 중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추진 중인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평화협상에 앞서 에너지 분야 휴전 합의를 도출하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아직 관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EU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헝가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결코 러시아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듯 내일 당장 평화가 찾아오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수입 금지 조치의 영구적 유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반대가 실제로는 완화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악관은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최근 몇 년 사이 같은 시기 기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산 가스 공급 재개가 겨울철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실제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시설 재고율은 약 75%로, 최근 9년 평균을 밑돌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45%에서 현재 11%로 줄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유럽 측이 협상 과정에서 역내 가스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제안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경제적 합의는 포괄적인 평화협정의 일부로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도 유럽의 입장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EU에 따르면 유럽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을 1000억 유로(약 150조원) 추가 지출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도 변수다.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분야 휴전의 대가로 러시아산 가스 판매 재개를 지지한다면 유럽도 기존 입장을 바꾸기가 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로서도 겨울철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막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요격미사일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공급이 제한돼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이 약화했다.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질 경우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정전과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하고 추가적인 난민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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