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계에서는 처벌의 중첩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형사처벌과 행정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과징금까지 추가되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법·재무적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만 5명의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사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새로 도입될 과징금 제도를 적용해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 3조345억원의 5%인 약 1500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사고는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수위만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자칫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안전 강화 방침에 맞춰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기업마다 규모도 다르고 현장 여건도 천차만별"이라며 "일률적인 기준으로 제재하기보다는 기업 규모와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계가 요구해 온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마저 노사 간 이견으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계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특성상 신기술 개발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가 장시간 노동과 근로자 건강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과 경영책임은 갈수록 강화되는 반면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사전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과징금까지 부과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는 엄정한 책임을 묻되, 사고 발생 이후의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안전설비 투자와 전문인력 확보를 지원하고,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처벌과 예방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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