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칼럼]  AI 시대 강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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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 AI 연구실 연구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AI와 유·무인 복합체계를 고도화하고 군 구조와 국방 태세 전반을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 맞춰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전환하고,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개발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지휘통제체계는 전장(戰場)의 정보를 모아 지휘관이 상황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군의 신경망이다. 여기에 AI가 들어오면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한 뒤 명령을 전달하는 과정 전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AI 시스템의 도입은 새로운 전투 장비 하나를 들여오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부대의 훈련 방식과 교리는 물론, 누가 무엇을 승인할지도 다시 정해야 하는, 군 운영 전반을 바꾸는 개혁이다.

군사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우선, 미국 전쟁부(Department of War)는 지난 6월 25일 ‘에이전트 네트워크(Agent Network)’를 출범시켰다. 이 시스템은 국방 정보·작전 시스템에 입력되는 자료를 계속 분석해 핵심 상황을 정리하고, 지휘관이 수초 안에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도록 돕는다. 전투 관리와 의사결정 지원은 물론, 공격 대상을 찾아 확인하는 표적 처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표적을 고르고 타격을 결정하는 권한은 지휘관에게 남겨뒀고, 개발과 배치 과정 동안 시험과 운용 평가, 감독받게 했다.

미 육군은 차세대 지휘통제체계(NGC2: Next Generation Command and Control)를 개발하면서 일선 부대가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제4보병사단과 제25보병사단의 장병과 지휘관이 훈련에서 시제품을 운용하며 찾아낸 문제점과 개선 의견을 개발진에 전달했고, 개발진은 이를 다음 시제품에 반영했다. 개발사업에는 60곳이 넘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업체를 추가하거나 교체하도록 했다. 미 육군은 7월 말 대규모 훈련을 마친 뒤 NGC2를 전군(全軍)으로 확대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고, 제4보병사단은 향후 1년 동안 이 시스템을 활용한 전투 방식을 다듬어 그 노하우를 육군 전체와 공유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8월 관영 CCTV가 공군의 ‘지능형 타격 계획 시스템(智能规划打击系统)’을 공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수백 개 표적과 수십 개 편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표적을 고르고 화력을 배분해 공격 순서를 짜는 과정을 AI로 돕는 체계다. 중국군은 100여 개가 넘는 전술 단위가 참가한 대규모 훈련에 이 시스템을 투입했고, 공군의 여러 임무에서 이미 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성능은 차치하고, 중국군이 AI를 작전계획 단계에 활용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처럼 AI가 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하면 누가 무엇을 승인하고 책임질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다. 지난 9월 30일,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기관지 『해방군보(解放军报)』에는 「규범이 알고리즘보다 먼저다(军规先于算法)」라는 기고가 실렸다. AI를 기존 지휘와 훈련 절차에 군데군데 끼워 넣으면 효율을 높이는 도구에 그친다고 보고, 편제와 지휘 권한, 훈련 체계, 데이터 관리, 윤리·법규를 함께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격 권한은 사람이 갖되 권한을 세분화하고, 개발자와 데이터 제공자, 지휘관, 운용자의 책임 경계를 분명히 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개인기고여서 중국군의 공식 방침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이 최종 사격 권한을 갖자는 생각은 미국이 에이전트 네트워크에서 표적 결정을 지휘관에게 남겨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양국의 사례에서 볼 때, AI를 지휘 체계에 이식하는 일은 기술 개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 육군은 부대가 시제품을 쓰며 찾아낸 문제를 다음 개발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미 전쟁부는 AI에 맡길 범위와 사람이 승인할 지점을 미리 정해뒀다. 두 조치 모두 기술 개발과 부대 운용, 권한·규범 정비가 함께 움직여야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국방 태세 전반의 재설계’도 기술을 만든 뒤 우리 군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다시 제도와 기술로 환류시킬지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 군도 이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출발점에 섰다.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판교의 육군 거점이 전국 다섯 곳의 국방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 거점 가운데 처음 문을 열었다. 판교 거점은 로봇·드론처럼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장비에 들어가는 피지컬 AI에 집중한다. 가상 전장 환경을 만들어 로봇과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실제 환경에서 시험·검증하는 실증까지 맡는다. 인가받은 민간기업이 보안 통제 아래 군 데이터를 활용하는 안심존과 GPU 등 연구 인프라도 갖췄다. 지휘통제와 직접 맞닿은 과제는 앞으로 문을 열 서울 용산의 합참 거점이 맡는다. 합참은 이곳에서 AI 기반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 모델과, 육·해·공·우주·사이버 전력을 한 체계로 묶어 지휘하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실증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합참의 실증이 거점 안의 연구 과제로 끝나면, 미 육군처럼 부대 경험이 다시 개발로 돌아오는 환류 시스템은 생기기 어렵다. 미 육군은 두 사단이 10개월 가까이 실제 훈련에서 시제품을 운용한 결과를 근거로 전군에 확대할 것을 결정했다. 합참도 합동훈련에 시제품을 정식으로 투입하는 일정을 처음부터 실증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무기를 사는 방식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소요를 확정하고 업체를 정한 뒤 여러 해에 걸쳐 개발하는 지금의 획득 절차로는 훈련에서 나온 요구를 다음 개발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육군이 60곳 넘는 업체를 필요에 따라 넣고 빼는 것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일 것이다. 2027년 추진할 합동지휘통제체계(KCCS:Korea Command and Control System) 사업부터는 소프트웨어를 계속 고쳐 쓰는 계약 방식과 업체 교체 기준을 마련해 둬야 한다. 권한과 책임도 시제품이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에 정해야 한다. 오류가 생겼을 때 개발자, 운용자, 지휘관이 각각 어떤 책임을 지는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이를 시험할 부대는 AI의 제안을 쓰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는 환류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 것이다.

AI 지휘 체계는 일선 부대에서 운용하면서 드러난 문제가 소프트웨어 개선과 교리·지휘 절차 개정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전력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병력이 줄어드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이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고 그 경험을 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 시대의 강군 육성 여부는 실제 훈련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얼마나 빨리 고쳐 전군에 적용하는지로 판가름 날 것이다. 오랜 평화로 실전 경험이 부족한 군에게 최첨단 체계를 들이는 일보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통해 시스템을 익히는 것이 더 절실하다.


필자 주요 이력

▲ 경기연구원 AI 연구실 연구위원 ▲ 한양대학교 전략정보학과 겸임 교수 ▲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지방정부 특위 위원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해외기관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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