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에 유럽향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출을 자발적으로 감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는 가운데 EU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EU는 내달 중국에서 있을 고위급 무역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유럽향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출량을 EU 시장 규모의 15%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현재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차량 중 3분의 1이 중국산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EU는 중국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출을 자발적으로 감축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EU 관리는 "그들(중국)이 우리 시장으로의 수출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한할 것"이라며 "이는 탈산업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EU는 중국이 자동차 뿐만 아니라 화학, 철강 등 다른 분야에서도 밀어내기식 수출을 자제하고, 오히려 EU의 수출품을 더 구매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EU는 지난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45%로 인상한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0%로 유지해오고 있다. 이 와중에 EU의 중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입량은 지난 2024년 10월 3800대였던 것이 올해 7월에는 5만대 수준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EU 의회 연설에서 EU와 대중국 무역적자가 매일 10억 유로(약 1조5862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양국 교역 관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두 번째 차이나 쇼크가 이미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관계의 균형을 재조정하기 위해 우리의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다. 말로 중요하지만, 행동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EU 관계자는 현재 EU가 중국에게 바라는 것은 일본이 지난 1986년에 유럽향 자동차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것과 비슷한 류의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등의 요구에 해당 시장으로의 자동차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도요타, 닛산과 같은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유럽에 투자하거나, 유럽 자동차업체들과 협력하는 계기가 됐다.
이 와중에 중국 자동차 기업들도 유럽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BYD는 헝가리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내년부터는 현지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EU와 중국은 지난 6월에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3개월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10월까지 '실질적 성과'를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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