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에도 전문가 80% "연말엔 다시 약세"…日 추가 인상 속도가 관건

  • 닛케이, 시장 관계자 14명 조사…전원 BOJ 금리 1.25%로 인상 예상

  • 우에다 회견·위원 표결 주목…인상해도 신중한 신호 땐 엔저 가능성

14일 일본 도쿄에 있는 환율 전광판에 엔 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14일 일본 도쿄에 있는 환율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가운데, 외환시장 전문가 대부분은 최근의 엔화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은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 있어, 향후 인상 속도를 어떻게 예고하느냐가 환율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추가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 엔·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외환시장 관계자 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에 해당하는 11명이 단기적으로 엔화 강세가 더 진행되더라도 연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최근 저점인 152엔대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4엔대에서 움직였다. 또한 응답자 전원은 일본은행이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1%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이번 인상 여부보다 다음 인상 시점에 쏠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1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매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다카타 하지메 정책심의위원도 강연에서 "일정한 인상 간격이나 폭에 얽매이지 않고 기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대체로 반년에 한 차례씩 0.25%포인트를 올리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다만 우에다 총재의 발언 자체는 새롭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히미노 료조 부총재가 앞선 주에 같은 취지의 말을 했을 때는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의 과도한 저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일본이 시장과 통화정책 양면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엔화 매수로 반응했다는 것이 닛케이의 분석이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이노 뎃페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에다 총재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다음 회의를 포함해 매 회의에서 판단한다"고 언급하면 10월 추가 인상 기대가 높아져 엔화 매수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반면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외환전략가는 추가 인상에 대해 기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 엔저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2025년 12월 금리 인상 직후에도 우에다 총재의 회견 발언이 통화 완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되면서 엔·달러 환율은 올랐다.

정책위원들의 표결도 관전 포인트다. 아오조라은행의 모로가 아키라 수석 시장전략가는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다카타 위원이나 다무라 나오키 위원이 시장 예상의 두 배인 0.5%포인트 인상을 제안하면 엔·달러 환율이 1엔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대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전략가는 큰 폭의 인상 제안이 나오지 않고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표가 늘면 엔·달러 환율이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지난 6월 회의에서는 금융완화와 적극재정을 선호하는 아사다 도이치로 위원이 인상에 반대했다.

연말 엔저 전망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말 엔저가 예상되는 배경에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의 사사키 도루 수석전략가는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뒤처진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무역적자 확대도 부각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최근의 엔화 강세가 꺾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160엔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엔화 강세 자체가 추가 강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다나세 준야 수석 외환전략가는 엔화 강세로 수입물가 부담이 낮아지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속 기대가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서둘러 올릴 필요성이 줄어들면 최근 엔화 매수를 이끈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행 회의에 앞서 15~16일 열리는 FOMC도 변수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약 70%에서 90%를 넘어섰다. 조사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인상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바클레이즈증권의 가도타 신이치로 외환·채권조사부장은 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한 만큼 엔·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8일에도 "나는 비대칭적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제 자신이 판을 운영하는 쪽이라고 말해 엔화 매도를 견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다른 참여자들이 모르는 정보를 자신은 알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이 발언은 엔화 매수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이나 일본 공적연금을 운용하는 GPIF의 엔화 자산 비중 확대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베선트 장관이 어떤 정보를 말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BofA증권의 야마다 슈스케 수석 일본 외환·금리전략가는 연말 엔·달러 환율을 149엔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본의 국제수지 불균형이 개선되면서 구조적인 엔저 요인이 완화되고 있으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환율이 더 내려갈 것으로 봤다.

주가 급락을 전제로 한 엔화 강세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시티그룹증권의 다카시마 오사무 통화전략가는 해외 투자자들이 환헤지를 하면서 일본 주식을 사들여 주가 상승이 엔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 급락 시 이 흐름이 뒤집혀 엔화 매수세가 강해지고 엔·달러 환율이 150엔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위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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