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이슈] 예산 삭감이 불붙인 울산시-시의회 충돌…협치 시험대

  • 120울산민원센터·서울본부 예산 상임위서 전액 삭감

  • 김상욱 "시정 손발 묶어" vs 시의회 "사업 반대 아닌 절차 문제"

  • 조례·조직개편 갈등 이어 예산으로 확전…예결위 조정 여부 주목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1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제3회 추경예산 편성 관련 시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울산시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1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제3회 추경예산 편성 관련 시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울산시]


울산시와 울산시의회의 갈등이 예산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로 번지고 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조례와 조직개편, 시정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이어져 온 양측의 긴장이 이번에는 김상욱 울산시장의 1호 결재 사업인 '120 울산민원센터'와 서울본부 인력운영비 삭감으로 갈등이 격화됐다.

울산시는 시민 편익과 국비 확보를 위한 필수 예산을 시의회가 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의회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편성과 인력 채용, 제도 정비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와 의회의 심의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1억 5351만원 전액 삭감…금액보다 상징성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0일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였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울산시가 제출한 120 울산민원센터 관련 예산 1억 2200만원과 서울본부 신규 인력 인건비 3100만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전체 추경예산 1264억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두 사업의 상징성 때문에 파장이 커졌다.

120 울산민원센터는 김 시장이 취임 후 처음 결재한 사업이다. 기존 전화상담을 넘어 민원 접수와 담당부서 연계, 처리결과 안내 등을 아우르는 원스톱 민원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이 울산시의 구상이다.

서울본부 강화 역시 국비 확보와 공공기관 이전 등 민선 9기 주요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운영과 연결돼 있다.

상임위에서 두 사업 예산이 모두 삭감되자 김 시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예결위에서 예산을 다시 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상욱 시장 "손발 묶는 시도"…시의회 "절차 문제"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두고 "손발을 묶는 시도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120 울산민원센터에 대해서는 시민이 언제든 민원과 정책을 제안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고 강조했고, 서울본부는 국비 확보와 공기업 유치 등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정부·국회와의 전초기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영해 울산시의회 의장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이번 삭감이 사업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추진 절차와 운영계획, 인력 규모와 법적 근거를 확인하기 위한 정당한 예산심의권 행사라고 맞섰다.

서울본부의 경우 예산이 의회에서 확정되기 전에 지난 8월 임기제 공무원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합격자까지 발표한 점을 문제 삼았다.

120 울산민원센터 역시 현행 조례가 전화·문자 등을 통한 민원상담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민원 접수와 처리결과 안내 등으로 기능을 확대하려면 조례와 관련 규정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시의회의 판단이다.

시의회는 두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족한 절차와 객관적 근거를 보완해 다시 제시하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책의 속도냐, 절차적 통제냐


이번 충돌의 핵심은 정책 추진의 속도와 지방의회의 예산 통제권이 맞부딪힌 데 있다.

울산시는 시민 민원서비스 개선과 정부 예산 확보에 필요한 사업을 절차 문제를 이유로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의회는 필요성이 큰 사업일수록 예산과 인력, 법적 근거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행부가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어야 행정의 역동성이 살아나지만, 필요성과 시급성을 이유로 의회의 사전 예산심의를 사실상 사후 승인 절차로 만든다면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의회 역시 보완 가능한 사업에 대해 전액 삭감만 반복한다면 견제를 넘어 정치적 대립으로 비칠 수 있다.

울산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회가 절차와 근거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집행부와 의회가 조정과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집행부도 사업 필요성만 강조하기보다 인력 규모와 추진 근거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업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양자택일보다 정책의 필요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함께 확보하는 과정이다.
 

조례에서 예산까지…14~15일 예결위가 분수령


이번 충돌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발성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김 시장과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론화위원회 조례안과 노동위원회·감사청렴위원회 관련 조례, 조직개편 등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마찰이 빚어졌다.

지난 8월에는 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 시장이 유튜브 생중계 채팅창을 통해 일부 시의원 발언에 즉각 반론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책과 조례,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이번에는 예산으로 옮겨온 셈이다.

이제 시선은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시의회 공식 의사일정에 따르면 예결위는 14~15일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고, 16일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의결한다.

김 시장은 예결위 단계에서 삭감 예산의 재반영을 요청하고 있고, 시의회 역시 울산시가 객관적 근거와 필요한 절차를 보완할 경우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울산시가 민원센터의 업무 범위와 인력 산정 근거, 서울본부 신규 인력 채용의 필요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시의회 역시 보완된 설명이 제시될 경우 정책의 필요성과 시민 편익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

상임위에서 시작된 예산 갈등이 또 다른 정면충돌로 이어질지, 집행부와 의회가 예결위 심사를 통해 접점을 찾을지는 16일 본회의까지 이어지는 이번 추경 심사 과정에서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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