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 확대' 본격 시행…"반도체 기술 유출 막기엔 역부족" 지적도

  • 외국 지령 아래 국가기밀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73년 만에 적용 확대

  • 기술유출 83%가 내부자 소행…외국기업·국가핵심기술 빠져 보완론

반도체 제조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제조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국가기밀을 외국에 넘기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는 개정 형법이 13일 시행에 들어갔다. '적국'에 묶여 있던 처벌 범위를 외국 전반으로 넓힌 것이 핵심이다. 다만 기술유출 대부분이 내부자를 통해 이뤄지는 데다 국가핵심기술과 외국 기업이 조문에 빠져 있어 산업기술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행된 개정 형법은 제98조의2 '외국 등을 위한 간첩'을 신설했다. 외국이나 이에 준하는 단체의 지령·사주를 받거나 의사 연락 아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적국 중심으로 유지돼온 간첩죄 적용 범위가 73년 만에 확대됐다.

그동안 중국 등으로 핵심기술이 빠져나간 사건에는 산업기술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이 주로 적용됐다.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기술유출 179건 가운데 해외 유출은 33건으로, 이 중 중국이 18건(54.5%)으로 절반을 넘었다. 분야별로는 반도체 5건, 디스플레이 4건, 이차전지 3건 순이었다. 경찰은 기술유출을 국가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출 통로는 대부분 기업 내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발된 179건 중 임직원 등 내부자가 연루된 사건이 148건으로 82.7%에 달했다. 피해 기업은 중소기업이 155건(86.6%)으로 압도적이었다.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을 중국 업체로 이직시키고 수억원대 수수료를 챙긴 무등록 직업소개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법이 시행됐다고 산업기술 유출에 간첩죄가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유출된 정보가 형법상 국가기밀에 해당해야 하고, 외국 측의 지령이나 사주, 의사 연락이라는 요건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이라 해서 자동으로 국가기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외국 민간기업이 현행 조문의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에 포함되는지를 두고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해석이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행 전부터 추가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외국 간첩죄 대상에 외국 기업과 국가핵심기술을 명시하고 형량을 현행 3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이는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기술이 이미 넘어간 뒤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술유출 대응의 초점을 사후 처벌에서 유출 기술의 사용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을 빼간 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이미 늦다"며 "해외 기업의 고액 스카우트와 퇴직 인력 접촉을 조기에 포착하고 중소 협력사까지 보안망을 넓히는 예방 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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