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보유한 아시아 기술 혁신의 핵심 시장이다. 한국 증시가 코스피 1만을 넘어 장기적인 우상향 추세를 회복하려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는 시장과 투자자의 자율성을 믿고 맡겨야 한다. "
미국 자산운용사 터틀캐피털매니지먼트(TCM)의 매슈 터틀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시장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매슈 터틀 대표는 '월스트리트의 해독제'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진 터틀캐피털매니지먼트(TCM)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미국 코네티컷주 리버사이드에 본사를 둔 TCM은 2012년 설립 이후 약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를 운용하며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70여 개 내놓은 미국의 독립계 자산운용사다. TCM 설립자인 터틀 CEO는 월가의 이단아로 불린다.
터틀 CEO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한국은 아시아 기술 혁신의 핵심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초자산 절반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채운 미국 DRAM ETF에 글로벌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릴 정도로 한국 주식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다만 매크로 변수를 고려하면 코스피 '1만피' 달성은 내년에는 어렵고, 2028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틀 CEO는 "앞으로 1년은 매크로 변수가 증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리플레이션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기준금리 인상 등이 증시를 위협할 요인들"이라며 "미국의 과도한 재정 지출과 국채 발행에 따른 장기적 달러 약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상당히 오랜 기간 국가 재정을 잘못 운영해 왔다"며 "과도한 지출과 국채 발행 때문에 GDP 상당 부분을 이자를 갚는 데 소모하고 있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올 하반기 이후 투자전략에 대해선 "달러 자산 대신 금, 비트코인 등 달러 대체자산 투자를 선호한다"며 "특정 대형주 쏠림은 경계하면서 인공지능(AI)으로 대체 불가능한 '헤일로(HALO)' 가치주(광업·유틸리티·철도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원화 환전 안 해…삼전·닉스 담은 K-반도체 ETF 주목"
터틀 CEO는 '한국 시장에 직접 투자한다면 어떤 상품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 ETF를 꼽았다.그는 "달러 자산의 장기 약세 가능성에 대비해 굳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이유가 없고 원화 기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분산 투자 효과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며 "장기적인 달러 약세에 대비해 원화 자산뿐만 아니라 금, 비트코인 등 달러 대체 자산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메모리 반도체 ETF(DRAM ETF)의 성공 사례를 주요 예시로 들었다. 포지션 중 절반가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으로 채운 이 상품은 출시 단 한 달도 안 돼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ETF 역사상 가장 빠르게 자금을 모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터틀 CEO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단순히 반도체 업종 전체를 원해서라기보다 미국 상장 ETF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한국의 핵심 자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아시아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서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자본의 높은 관심도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과제에 대해서도 "미국 등 해외 증시에서 한국 주식을 담은 ETF 상품이 늘어나고 안착할수록 MSCI 편입 못지않은 거대한 자금 유입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 1만피? "2028년 유력…내년은 매크로 악재 주의해야"
노무라증권을 비롯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제시한 코스피 1만 도달 가능성에 대해 터틀 CEO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하다고 강조했다.터틀 CEO는 "1만 달성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그 시점이 내년에는 어렵다"며 "매크로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유력한 시점은 2028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내년 증시를 다소 경계하는 이유는 복합적인 매크로 위험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리플레이션(통화팽창)이 길어질 수 있는 데다 중동 정세 장기화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과 미 국채 매도 가능성까지 맞물리면 미 국채 금리가 다시 치솟으며 기술주 중심인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채권 투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다. 전 세계적인 부채 수준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채권이 제대로 된 헤지 기능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는 채권은 적합한 투자 대상이 아니다"며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진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보다는 금리가 훨씬 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야 채권 투자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규제…"결국 투자자 선택에 맡겨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제에 대해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때문에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그는 "원래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는 인기 종목은 변동성이 높다"면서 "레버리지 ETF가 없었더라도 투자자들은 옵션이나 선물 등 다른 파생상품을 통해 해당 종목에 투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투자의 속성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투자 교육을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터틀 CEO는 미국, 유럽 등 자본시장을 예로 들며 "전 세계 시장을 보면 거래 제한이나 가이드라인은 제각각"이라면서 "미국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는 허용하면서도 ETF 운용사에 3배 배율 ETF 추가 상장을 자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두는 반면 유럽은 개별 주식 3배, 5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자유롭게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가 3배 레버리지 거래를 원하면 미국 증권사를 통해 유럽 시장으로 넘어가 트레이딩을 하는 사례를 들며 "정부의 개입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며 "미국 정부 역시 개입할 때마다 한계가 있었고 가격 결정과 상품 선택은 시장 자율과 투자자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테슬라는 머스크 보는데 SK하이닉스 사장은 누구?"…K-증시 CEO 브랜딩 주문
마지막으로 한국 증시의 온기가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확산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 경영진의 문화적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고 직언했다.그는 "미국에서는 초대형 기업 CEO들이 회사 자체보다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며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라는 회사보다 젠슨 황의 비전을 보고 주식을 사고 테슬라라는 기업보다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을 보고 투자한다. AMD의 리사 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매슈 터틀 CEO는 "한국 기업 경영진 역시 젠슨 황처럼 전 세계를 누비며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미래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CEO 마케팅'에 나서야 자본시장의 온기가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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