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 혼다가 사내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앞으로 수년 안에 현재의 3배가 넘는 1000명 규모로 늘린다. AI 도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증 전문가에게는 기존 급여에 더해 월 최대 15만엔(약 1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자동차 개발 등 현업에 익숙한 직원을 AI 전문가로 키워 업무 혁신을 이끌게 하고, 추가 보상으로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AI 활용을 통해 차량 개발 기간도 기존 5년에서 3년 안팎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인증을 받은 사내 AI 전문가는 약 280명이다. 오쿠보 히로스케 혼다 AI 이노베이션부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AI 전문가가 외부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다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외부 업체에 업무를 맡기기보다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 무게를 두는 것도 업무 효율 때문이다. 오쿠보 부장은 외부에 전적으로 맡기면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하는 단계부터 시스템에 필요한 요건을 정하는 데까지 막대한 시간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고 등급인 3단계는 사내 컨설팅 파트너 역할을 맡는 수준으로, 기술력뿐 아니라 조직을 설득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부장이나 실장에게 AI 도입 방안을 제안하고, 수시로 내용을 보완하며 실행을 이끌어내야 한다. 오쿠보 부장은 "AI 기술은 익히면 되지만 실제로 활용하려면 업무에 정통한 사람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증받은 직원은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AI 도입을 주도하며, 회사의 AI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월 최대 15만엔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 혼다는 이 제도를 통해 부서별 AI 인력과 프로젝트 현황도 파악하고 있다. 오쿠보 부장은 개발부문이 있는 도치기현이 근무지로서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AI 인재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해 외부 유출을 막겠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보상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AI 역량이 보편화하고 AI 엔지니어의 시장 임금 수준이 일반 직원과 비슷해지면 제도를 종료하도록 명문화했다. 희소한 전문성에는 보상하되, 그 역량이 일반화하면 특별대우도 끝내겠다는 취지다.
AI 추진 조직의 위상도 높였다. 혼다는 지난 4월 기존 선진AI과를 AI이노베이션부로 격상하고 인력을 수십 명 규모로 늘렸다. 6월에는 소속을 관리 업무 중심의 코퍼레이트관리본부에서 코퍼레이트전략본부로 옮겼다. 오쿠보 부장은 AI와 디지털, 데이터 활용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 조직은 혼다가 지난 5월 제시한 '트리플 하프' 목표에도 기여한다. 차량 개발에 드는 기간·비용·인력의 총 작업시간을 각각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닛케이는 AI 활용으로 차량 개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 안팎으로 약 4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했다.
닛케이가 AI 도입에 따른 조직 개편 가능성을 묻자 오쿠보 부장은 "아직은 다른 조직을 없앨 정도의 극적인 변화는 없다"며 "각 부문에서 AI로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련 기술자의 지식을 축적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2021년 혼다가 2040년 엔진 사용 중단 방향을 제시하자, 엔진 기술자의 퇴직으로 지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위기감에서 마련한 것이 '지식 데이터뱅크'다. 개발 자료를 시스템에 올리면 AI가 빠진 정보를 찾아내고, 엔지니어가 이를 보완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등록하는 방식이다. 숙련 기술자의 경험과 지식을 남겨 다른 직원들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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