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정자원 화재는 인재"…무등록업체 작업에 소방 주수도 막아

  • 피해액 3511억원 추산…재해복구시스템 실제 활용은 전체 0.98%

  • "안전조사 거부로 예방 기회 놓쳐"…관련자 징계·업체 손해배상 요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 실태 인포그래픽. [사진=감사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 실태 인포그래픽. [사진=감사원]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등록업체의 부실 시공과 허술한 관리·감독, 미흡한 초동 대응이 겹쳐 발생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도 화재 발생 직후 소방당국에 물을 이용한 진화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총 18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하고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요구했다.
 
화재는 지난해 9월 26일 오후 8시16분께 대전센터 7-1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 이설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약 22시간 만인 이튿날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됐지만 전산실이 전소되고 총 709개 정보시스템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체 시스템 복구에는 3개월 이상이 걸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 랙의 전원을 차단하고 케이블 단말을 절연 처리해야 하는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했다.
 
감사 결과 실제 현장에서는 8개 배터리 랙 가운데 1개만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해체 작업이 진행됐다. 케이블 단말의 절연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4번과 5번 배터리 랙 사이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사는 전기공사업 등록조차 하지 않은 업체들이 수행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5년 6월 A·B사 공동수급체와 30억4000만원 규모의 배터리 재배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사는 자신의 공사 지분을 C사에 하도급했고, B사는 공사를 사실상 A사에 일임했다. C사는 이 가운데 배터리 운반과 랙 해체·재설치 작업 등을 무등록업체 2곳에 다시 맡겼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공정회의에 B사 직원이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고 외부 인력이 투입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실제 시공 주체와 전기공사업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거나 제조사의 기술 지원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화재 발생 후 내부 보고와 119 신고만 했을 뿐 전원 차단이나 방수포 전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방당국이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진화하려 하자 전산망 손상을 우려해 물을 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주수 소화는 화재 발생 약 3시간 뒤인 오후 11시13분께에야 시작됐다.
 
재해복구시스템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 당시 709개 시스템 가운데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춘 곳은 54개로 7.6%에 불과했다. 이 중 실제 복구에 활용된 시스템은 7개뿐이었다. 전체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면 0.98%다.
 
데이터 백업 관리 역시 부실했다. 백업 데이터 보관시설 690개 가운데 237개는 원본과 같은 전산실에 있었고, 349개 시스템의 저장장치와 백업시설도 동일 전산실에 설치돼 있었다. 이로 인해 일부 시스템에서는 원본과 백업 데이터가 함께 소실됐다.
 
감사원은 배터리 이전 공사를 부당하게 관리한 담당자와 과장에게 경징계 이상, 담당 팀장에게는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도 공사 참여 업체에 대한 제재와 손해배상 청구 등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화재 예방과 초동 대응부터 장애 대응, 재해복구와 관리·감독까지 모든 분야에서 기본적인 기준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를 준수했다면 화재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이 초래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