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0달러 선까지 치솟으면서 원자재·물류비에 민감한 석유화학, 항공, 완제품 분야가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변동성 장기화 시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역시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 전인 지난 2월 t당 608.60달러에서 4월 1063.14달러까지 급등한 뒤 이달 4일 862달러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월보다 42% 높은 수준이다. 정부도 지난달 27일부터 나프타 수출 사전승인과 매점매석 금지 등 수급 관리 조치를 5개월 연장했다. 다만 산업통상부는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3~4월과 같은 물량 잠김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모바일 및 후방 소부장 업계는 해상 운임 변동성이 커지자 물류비 부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1조5273억원을 물류비로 지출했고, 삼성전자 역시 판매관리비 내 운반비 지출이 늘어나며 영업이익률 압박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 부산물인 사출용 레진(플라스틱), 합성고무 등 외장재 및 부품 매입 단가까지 함께 출렁이며 원가 산정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단기적인 유가·환율 흔들림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고유가 장기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AI용 메모리 수요 위축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해운 업계는 선박 연료비 부담 속에서도 운임이 크게 뛰어 비용을 상쇄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월 6일 1489.19에서 이달 4일 3590.05로 약 141%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도 달러 결제 연료비의 원화 환산 부담을 낮추며 실적 방어를 뒷받침한다.
운항 비용에서 유류비 비중이 큰 항공업계는 비용 부담이 현실화했다. 9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가격은 갤런당 355.46센트로 직전 기간 대비 25.4% 급등했다. 이에 9월 유류할증료는 21단계가 적용돼 전월(14단계)보다 7단계나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가 인상분이 유류할증료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해 단기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비용항공사(LCC)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 비용 상승분을 항공권 가격에 즉각 전가하기 어렵고, 할증료 인상에 따른 여객 수요 이탈 우려까지 겹쳤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위협하면서 하반기 유류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본다"며 "유류할증료가 계속 오르면 여행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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