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군 자산과 병력을 파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조만간 파병 동의안 국회 제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미국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뒤늦게 파병하는 수순과 관련해 한·미 간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여당 일각에서도 '파병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동의'라는 정치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여야 논의도 불가피해졌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호르무즈 파병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사실상 파병을 전제로 실무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제출해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되고 우리 장병들 안전이 보장돼야만 파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정부의 파병 검토가 급물살을 타게 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공개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전쟁에 한국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이후 한미연합연습 축소까지 지시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안보 협력을 고려해 호르무즈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결국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파병 동의안 내용이 정치권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은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신중론이 표출됐고, 국민의힘은 '뒷북치기 외교 무능'이라며 정부를 향한 질타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파병 방침을 굳히더라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최종 결정까지는 정치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파병 규모와 임무,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국회의 판단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따르면 해외 파병 시 정부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인 2020년 1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한 바 있는데 이는 동의를 받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파병 동의안에 포함된 '유사 시 작전 범위 확대' 조항을 근거로 작전 범위를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것에 추가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신중론의 배경에는 과거 이라크 파병 사례도 거론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이라크 파병 동의안 본회의 표결 당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갈등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지지층의 극심한 반발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반대 여론이 높아진다면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명목으로도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에 파병 동의 요청안이 오면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번 주 대정부 질문에서도 정부를 상대로 파병 검토 철회를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도 아직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상임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국방위원회에서 나오는 의견을 먼저 살펴보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주희 원내대변인도 "특별히 원내에서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국방위에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파병 검토 시점이 늦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와 함께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우선 돼야 한다며 국방위 긴급 현안 질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파병에는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제 와서 파병을 한들 고맙다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겠나"라며 "한미연합훈련이 취소되고 안보 협상, 통상 협상까지 궁지에 몰렸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배경과 실익을 국회에 투명하게 설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군 장병을 해외에 보내는 것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파병 여부를 당장 찬반으로 결론 내릴 사안은 아니다. 정부가 어떤 규모로 파병을 추진하는지,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국회 동의 절차가 있는 만큼 정부가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국회에 뒤늦게 동의를 구하는 식은 안 된다"며 "한·미 협의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우리 군을 해외에 보내는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