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리가 있는 세계'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해온 예산 편성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손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 장기금리가 지난 1일 30년 만에 3%를 넘자 아사히신문이 전한 한 재무성 간부의 말이다. 한국에서는 장기금리 3%가 그 자체로 충격적인 고금리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부채를 안고 초저금리에 기대 재정을 꾸려온 일본은 다르다. 30년 만에 돌아온 3% 시대는 일본 정부에 무엇을 의미할까.
■ 사라지는 예산의 '헤소쿠리'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예산 운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시장금리보다 높은 예상금리를 적용해 국채 이자비용을 넉넉히 편성해왔다. 실제 금리가 이를 밑돌면 잡아둔 이자비용이 남는다. 역대 정권은 이 돈을 추가경정예산 등 다른 정책 재원으로 돌려 '헤소쿠리(비상금)'처럼 써왔다.
그 여윳돈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에 넘어선 3%는 정부가 2026년도 예산에서 여유 있게 잡아둔 예상금리와 같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높게 설정해둔 금리에 회계연도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시장금리가 따라붙었다. 2025년도에도 시장금리가 12월에 예상금리 2%를 넘어섰다. 2년 연속이다.
재무성은 지난달 말 마감된 2027년도 예산 요구에서 이자비용 산정에 쓰는 예상금리를 당시 시장금리에 1.1%포인트를 얹은 3.8%로 잡았다. 그 사이 장기금리가 3% 안팎까지 오르면서 재무성 내부에서는 연말 예산안 확정 때 이를 4%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16조5888억엔(약 143조원)으로 잡아둔 이자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원금 상환까지 합친 국채비 요구액은 36조6386억엔으로, 후생노동성이 요구한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비 33조6872억엔을 이미 넘어섰다. 요미우리신문은 늘어난 이자비용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힌다고 지적했다.
이자 부담은 2027년도 한 해로 끝나지 않는다. 금리 상승은 국채 차환을 거치며 시차를 두고 쌓인다. 각국 정부는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새 국채 발행으로 차환하는데, 일본은 초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국채 규모가 워낙 커 이들이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탈 때 이자 부담이 크게 불어난다. 재무성이 지난 4월 내놓은 장기 추계에 따르면 2029년도 이후 예상금리가 2027년도 예산 요구에 적용한 3.8%보다도 낮은 3.6%로 유지돼도 2035년도 이자비용은 35조9000억엔에 달한다. '리스크 시나리오'대로 4.6%가 되면 45조2000억엔까지 늘어난다. 장기금리 3%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불어날 이자 청구서를 남긴 셈이다.
■ '성장하면 빚 해결' 셈법에 경고등
이자비용 증가도 문제지만, 금리 상승은 보다 근본적으로 다카이치 정부의 적극재정 논리를 흔든다. 기초재정수지는 새로 빚을 내지 않고 세금 등으로 국채 원리금 상환을 뺀 정책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역대 정권은 이를 한 회계연도 기준으로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왔다. 반면 다카이치 정부는 목표를 사실상 접고 GDP 대비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추겠다고 내세웠다. 물가 상승까지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정부가 부담하는 금리보다 높으면 빚이 늘어도 분모인 GDP가 더 빨리 커져 부채비율은 낮아진다는 계산이다. 재정을 풀어 성장투자를 늘리고 경제 규모부터 키우자는 적극재정의 근거가 여기에 있었다.
금리가 성장률을 따라잡거나 웃돌면 이 계산은 무너진다.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와카타베 마사즈미 전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부채비율이 낮아진다면 기초재정수지 적자는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7월에는 이자비용을 포함한 전체 재정수지까지 관리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자비용을 뺀 기초재정수지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적극재정론자도 금리 상승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고바야시 슌스케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과 BOJ의 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유지가 한계에 이르러 2030년대 전반에는 성장률이 금리를 웃도는 조건이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초저금리 덕에 누려온 '재정 보너스'가 끝나간다는 경고다. 구상을 유지하더라도 시장의 평가는 당장 시작된다. 재정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면 정부는 곧바로 더 비싼 값에 돈을 빌려야 한다.
다카이치 정부가 성장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구상을 유지하더라도 시장의 평가는 당장 시작된다. 재정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면 정부는 곧바로 더 비싼 값에 돈을 빌려야 한다.
■ 정부 예산을 심사하기 시작한 시장
실제로 2027년도 예산에서 각 부처가 요구한 금액이 사상 최대인 143조엔 안팎으로 불어나자 국채시장에서는 재정 악화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2026년도 당초예산(122조엔)보다 20조엔 넘게 많다. 2025년도 추경까지 합친 140조6000억엔과 비교하면 2조∼3조엔 가량 웃도는 수준이어서 급격한 팽창은 아니다. 그런데도 다카이치 정부가 성장투자에 상한을 두지 않고 재원 방안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재정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사줄 주체도 줄고 있다. 과거에는 BOJ가 대량으로 사들여 금리 상승 압력을 눌렀지만 지금은 매입을 줄였다. 그 자리를 메워야 할 해외투자자도 지난 3월까지 15개월 연속 순매수했던 초장기 국채를 4월과 6월에는 순매도했다. 국내 금융기관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닛케이가 주요 생명보험사를 조사한 결과 13개사가 6월 말 기준으로 안고 있는 국내 채권 평가손실은 30조8690억엔으로 1년 새 60% 늘었다. 이들은 금리가 더 오르면 손실이 불어날 것을 우려해 매수를 주저한다. 수익률이 3%까지 올랐는데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한 외국계 증권사 채권 딜러는 닛케이에 "재정 불안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누가 국채를 사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요가 부족하면 정부는 신규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고, 늘어난 이자비용은 다시 예산을 압박하는 악순환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연간 4조3000억엔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식료품 소비세 감세 재원을 적자국채에 의존하지 않고 국채 발행액도 적절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2027년도 신규 국채 발행액을 40조엔 정도로 억제할 수 있는지를 첫 시험대로 본다. 감세와 성장투자, 방위비 확대를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국채 발행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가 연말 예산 편성의 관건이다.
장기금리 3%가 일본을 당장 재정위기로 몰아넣지는 않는다. 그러나 초저금리가 여러 정책을 동시에 밀고 갈 재정 여력을 주던 시대는 끝났다. 닛케이는 금리의 규율을 살려 진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엄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년 만에 돌아온 '금리가 있는 세계'에서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국채시장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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