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강삼영 교육감의 '교부금 반기'...교육재정 흔들면 교육자치도 흔들린다

  • 내국세 20.79% 연동제 폐지에 교육계 반발 "교육자치 근간 흔들어선 안 돼"

  • 지방교육 기반 약화시키는 자가당착(自家撞着) 안돼 "룰 바꾸려면 합의 우선"

  • 강 교육감 "국민이 합의한 내용 정부가 깨는 행위 우려" 전국 공동대응 예고

강삼영 교육감 사진강원도교육청
강삼영 교육감. [사진=강원도교육청]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 구조를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강원에서는 21일 강삼영 교육감이 전면에 섰다. 강 교육감은 "모든 국민의 합의로 이루어진 룰을 깨는 행위"라며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국 초·중등교육을 떠받쳐온 재정의 뿌리이면서 교육감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해온 교육자치의 버팀목이다. 그런 제도의 근간을 바꾸면서 정작 교육감과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교육의 당사자들이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목소리를 냈는지 묻는 강 교육감의 문제 제기는 정부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내놓으며 지금까지 내국세의 20.79%를 연동해 교부금을 산정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내년부터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는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새 산식으로 산정한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줄어들 경우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감소하지 않도록 법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정부로서는 교육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인구구조와 국가재정 여건에 맞춰 제도를 손보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을 학생 숫자만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져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서 학교 운영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교실과 급식실을 유지해야 하고 통학버스도 다녀야 한다. 특수교육과 돌봄도 필요하고 교원과 교육공무직도 있어야 한다.

특히 농산어촌이 많은 강원은 학생이 적을수록 오히려 한 명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 AI·디지털교육, 늘봄과 돌봄, 학교 안전, 노후시설 개선 등 새로운 교육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하나의 잣대로 교육재정을 재단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강삼영 교육감이 "재정 총액은 늘지 몰라도 새로운 교육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교부금이 올해보다 줄지 않는다는 정부의 약속과 앞으로 5년, 10년 동안 교육청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학교를 짓고 교원을 배치하고 지역별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일은 한 해짜리 사업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재정의 열쇠를 누가 쥐느냐다. 강 교육감은 "교육재정의 컨트롤타워를 재정당국이 가져가게 되면 예산 편성 때마다 교육감들이 재정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교육자치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주민이 교육감을 직접 뽑았다고 교육자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어서 권한은 지역에 주면서 돈줄은 중앙이 쥐고 있다면 온전한 자치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성역처럼 여겨서도 안 된다.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고 국가재정 역시 녹록지 않다. 교육청이 재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 왔는지, 불필요한 사업은 없었는지, 과도하게 쌓아둔 재원은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것과 일방적으로 판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백 년을 내다봐야 할 교육의 재정 틀을 바꾸면서 당장의 세입과 학령인구 숫자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교육의 당사자들이 충분히 참여하지 않은 채 새로운 산식을 먼저 내놓는다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절차적 정당성부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교육재정의 구조를 바꾸려 했다면 교육감과 교원, 학부모, 교육노동자, 전문가를 한 자리에 앉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충분히 논의했어야 했다. 강 교육감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 교육감은 10여 년 전 교부금 개편 논란 당시 민병희 전 교육감이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던 사실까지 소환하며 "다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부가 일방통행을 계속한다면 교육계 전체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재정구조를 합리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가 자칫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지방교육자치라는 더 큰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개혁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셈이다.

특히 강원의 현실은 수도권과는 달라 산간과 농어촌 지역에는 학생 수가 적더라도 학교를 유지해야 하는 곳이 있다. 학교가 없어지고 젊은 부모가 떠나고 다시 아이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지방소멸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을 막겠다면서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교육재정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답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합의에서 찾아야 한다. 백년지대계를 손보겠다면서 조급하게 칼부터 들어서는 안 된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정부가 지금 가장 먼저 새겨야 할 대목이다.

강삼영의 반기는 결국 돈 몇 푼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누가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결정할 것인지, 지방교육자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세울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정부가 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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