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 유가 담합' 정유 4사, 첫 재판서 "가격 상승 영향 사실 아니다"

  • 檢 "가격 정보 교환 후 전쟁 발발 후 일시에 인상하기로"

  • 타사 추종 담합 포함 시 26조원 규모 경쟁 제한 효과 판단

  • HD현대오일뱅크 "이례적 신속 기소…사실관계 밝힐 것"

  • 전량구매계약 대해서도 "공정위 시정명령 참고한 사안"

4월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년 수준 100로 전월12328보다 16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2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14조원대 규모의 유가를 담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국내 정유회사 4곳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20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에쓰오일(S-OIL)·GS칼텍스 등 4개 법인과 임직원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가 SK에너지 가격 결정 부서와 2024년 7월부터 가격 정보를 교환했고, 전쟁이 발발하자 가격을 일시에 인상하기로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직접적 담합 규모는 14조원으로 추산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들의 가격을 추종해 담합한 규모까지 포함하면 약 26조원에 달하는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를 해당 혐의로 기소했지만, SK에너지와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공정거래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해당 혐의에 대한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자영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후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결정·통보하는 가격으로 석유 전량을 구입할 의무를 부과했다는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공판에서 정유 4사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마치 정유업계의 구조적 비리나 담합이 만연해 있고, 이 점이 전쟁 때 정유 가격이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기재돼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신속히 기소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재판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SK에너지는 전량구매계약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참고해 진행된 사안"이라며 "혐의 적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GS칼텍스도 "자영주유소가 계약 단계에서 여러 정유사 중 선택할 수 있고, 계약 갱신도 거절할 수 있다"며 전량구매계약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에쓰오일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면서 증거 기록을 추가로 검토한 뒤 구체적인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22일을 다음 기일로 지정했다. 다만 피고인 측의 증거 기록 검토와 증거에 대한 의견 정리가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공판준비기일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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