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와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등 요구사항 일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확대 등 핵심 요구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발표 이후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시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사항 중 일부 내용이 반영됐다”며 “서울시의 제안을 일부 수용하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그동안 정부에 요구한 주요 사항은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75%→70% 완화 △이주비 대출 LTV 70% 수준 상향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확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3년간 한시 유예 등이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기존 75%에서 70%로 낮추고,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67%에서 60%로 완화했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주민 동의 부담을 낮춰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주비 LTV 40% 유지…‘종후자산’까지 인정해 대출 여력 확대
이주비 대출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서울시가 요구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70% 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을 바꿔 대출 여력을 늘리는 방식이다.기존에는 정비사업 전 토지·건물 가치인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이주비 대출 LTV를 적용했다. 앞으로는 종전자산평가액과 정비사업 이후 신축주택의 추산 가치인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LTV를 산정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조치가 이주비 대출 여력을 늘릴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주비를 가계대출이 아닌 사업비 대출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빠진 점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명 실장은 “이주비 대출규제 완화를 위해 가계대출이 아닌 사업비 대출로 전환해 달라는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비사업의 원활한 이주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합원 지위양도·용적률 완화는 제외…서울시 “추가 개선 필요”
반면 서울시가 사업성과 거래 여건 개선을 위해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서울시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 등으로 사업 참여가 어려운 조합원에게 거래의 길을 열어줘야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용적률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도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가용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는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공급 확대의 핵심인 만큼 이들 과제가 추가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 실장은 “사업성과 거래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과제가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주택공급 확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는 서울시 요구가 반영됐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사업성과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적용 기간이 한시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명 실장은 “2028년까지만 착공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정한 공급 물량이 나와야 한다”며 “일관되게 계속 완화해주는 것이 서울시 건의사항이었다”고 말했다.
민간임대 금융지원도 “세제·실거주 규제 함께 풀어야”
민간임대 분야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와 신축주택을 매입하는 매매·임대사업자의 LTV 완화, 멸실 예정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대출규제 완화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금융지원 확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제와 실거주 요건이 그대로 유지되면 민간임대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매입임대사업자 LTV 완화가 신축주택에만 적용되는 데다 규제지역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가 유지되면 공급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포함해 세제와 실거주 요건을 시장 안정과 주거 이동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린벨트·용산 공급엔 신중론…“도심 정비사업 우선”
서울시는 정부가 검토 중인 서울지역 그린벨트 활용과 공공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대상지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서울의 도시계획과 주거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역시 서울시가 제외 필요성을 제시한 지역의 반영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후보지 확정 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국제업무 기능과 정주 여건을 고려한 적정 주택 물량, 학교 등 기반시설 확충, 지역사회 수용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용산어린이공원의 경우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상 주택 개발이 제한돼 있어 실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법 개정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는 정부와 협력하되 미반영된 규제 개선은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서울 주택정책과 직결된 대책이 발표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명 실장은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핵심인 서울의 공급정책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정책 수립 과정의 협의 없이 발표 이후 협조만을 요청해서는 실질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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