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환율이 오르면서 같은 물량을 들여와도 예전보다 부담해야 할 금액이 크게 늘었는데 경기까지 좋지 않아 납품 물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며 "대출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 대출도 생존을 위한 자금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부담도 높아지고 있어 금융권의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 차주의 가계대출을 포함한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09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증가했다. 전체 금융권 대출의 2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취약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이들의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4.93%에서 올해 1분기 말 12.68%로 뛰었다. 대출을 받은 취약 자영업자 1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금융권의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14%에서 0.52%로 3.7배 치솟았다. 경남·전북·제주 등 지방은행은 연체율이 1%에 달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채무조정을 찾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올해 상반기 말 누적 신청자는 20만6152명, 신청 채무액은 32조547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정이 체결된 차주는 14만1821명으로, 채무원금은 12조8816억원이다.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악화하면서 금융사들은 오히려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저신용 자영업자가 주로 찾는 2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2년 말 24조2257억원에서 매분기 줄어 올해 1분기 12조6673억원까지 감소했다. 3년여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상환 여력이 떨어질수록 금융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고, 그 결과 자금이 필요한 취약 자영업자의 돈줄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부진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한 자영업자가 대출에 의존할수록 신용도가 떨어지고, 금융사는 다시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실물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신용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금융사들도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 등 금융여건이 더 나빠지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금융사들의 건전성 부담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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