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시한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한국 시간으로 같은 날 11시다. 외교부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요구에 응할지 밝히지 않았다.
정부 안에서 논의가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하원 법사위를 포함해 여러 기관으로부터의 문의에 대해 현지에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취지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요구받은 설명 자리에 응할 것인지, 응한다면 언제 어느 기관이 나설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서한을 받은 곳은 외교부가 아니다.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등 공화당 의원 4명은 지난 6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방미통위이기 때문이다. 스콧 피츠제럴드, 대럴 아이사, 마이클 바움가트너 의원이 함께 서명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개정법이 온라인 발언과 표현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방미통위가 미국 기업과 이용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미국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이 '허위정보'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았고 어떻게 집행할지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준이 모호하면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검열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차별 소지에 대해서는 박 대변인이 선을 그었다. 그는 "동 수정안은 국내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이 바뀌면서 생긴 사회적 폐해에 대응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법안의 취지와 내용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해 왔고, 시행 과정에서도 미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문제가 된 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이었다. 필리버스터가 강제로 종료된 뒤 표결이 이뤄졌고,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았다. 시행일은 지난달 7일이다.
이 법은 '허위정보'와 '조작정보'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법에 써 넣었다. 내용이 틀렸다고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허위나 조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남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었으며, 다른 사람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 요건을 채우면 법원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다. 손해액을 따지기 어려우면 5000만 원까지 물릴 수 있다.
법사위가 더 문제 삼은 것은 누가 규제를 받느냐는 것이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 이상인 콘텐츠 게시자, 그리고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인 대형 플랫폼이 대상이다. 이 기준을 넘는 플랫폼이 대부분 페이스북, X,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미국 기업이라는 것이 의원들의 지적이다. 대형 플랫폼은 신고를 받아 처리하는 절차를 만들고, 문제가 된 게시물을 내리고, 투명성 보고서를 내고, 정부 조사에도 응해야 한다. 방미통위가 물릴 수 있는 과징금은 최대 10억 원, 약 65만 6000달러다. 준비할 시간을 주는 유예 기간도 없다.
서한은 이 법이 유럽연합을 본떴다고 봤다. 한국이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정보통신망법에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한국판 DSA를 담겠다고 밝힌 대목을 들었다.
이번 서한에 서명한 의원 4명은 지난달 1일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계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그 직후인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일시 귀국했다.
박 대변인은 강 대사의 귀국을 두고 "외교장관뿐 아니라 안보실과 관계 기관, 부서와 여러 번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런 자리를 갖고도 서한이 날아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한미 사이에 여러 현안이 깔려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율되고 유기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그런 노력을 계속해 왔고,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서한 사본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법사위 민주당 간사 제이미 래스킨 의원, 소위원회 간사인 제럴드 내들러·헨리 존슨 의원에게도 발송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