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이어 콘텐츠 업계도 "AI로 만들었어요"…숨어있던 AI, 이제 앞으로

  • 시프트업 AI 뮤직비디오 공개…'제작 도구'에서 '콘텐츠'로 나온 생성형 AI

  • 광고·영상·게임까지 활용 확산…"AI 사용보다 완성도가 관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콘텐츠 산업 전면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번역이나 콘셉트 이미지 제작, 프로그래밍 등 제작 과정을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도구'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이용자가 직접 소비하는 게임과 영상, 광고까지 AI가 만든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것을 숨기기보다 공개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AI 활용 사실을 공시한 게임은 재작년 약 1000개에서 작년 상반기 80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작년 출시된 신작의 약 20%가 AI 활용 사실을 공개하는 등 생성형 AI는 게임 개발 과정뿐 아니라 최종 콘텐츠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브랜드뷰리서치 역시 글로벌 생성형 AI 콘텐츠 제작 시장이 매년 30%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해 2030년 수십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한 실험을 넘어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하는 시장으로 진입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AI로 만들었습니다"…콘텐츠 전면에 등장한 생성형 AI
 
시프트업이 지난 7월 공개한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 사운드트랙 워너비 인 러브 뮤직비디오 속 장면사진뮤직비디오 캡쳐
시프트업이 지난 7월 공개한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 사운드트랙 '워너비 인 러브' 뮤직비디오 속 장면[사진=뮤직비디오 캡쳐]

시프트업은 지난달 31일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의 사운드트랙 뮤직비디오 '워너 비 인 러브(Wanna Be in Love)'를 공개했다. 회사 아티스트가 만든 캐릭터를 기반으로 생성형 AI가 대부분의 영상을 구현한 작품이다. 게임 캐릭터와 세계관을 이용자에게 먼저 소개하기 위한 콘텐츠로, AI 결과물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기존 게임업계와 다른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AI를 주로 내부 제작 과정에서 활용했다. 콘셉트 이미지 제작이나 번역, 프로그래밍, 회의 자료 제작 등 개발 효율을 높이는 용도가 대부분이었다. 넥슨게임즈 역시 조직 내 업무 효율화와 워크플로 개선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도 AI를 기존 업무에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인력과 자본이 적은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의 경우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대형사들이 갖춘 인프라에 준하는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콘셉트 아트 및 영상 에셋 작업에 AI를 투입할 경우 초기 제작 시간을 최대 50% 이상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프트업의 시도는 김형태 대표의 AI 활용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중국 게임사는 한 프로젝트에 1000~2000명이 투입되기도 한다"며 "절대적인 인력으로 상대하기 어려워 앞으로는 AI 역량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AI를 제작 과정 전반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영상의 움직임이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AI를 '보이지 않는 제작 도구'에서 '이용자가 직접 소비하는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를 쓰는 시대 넘어…이제는 '어떻게 썼는가'가 관건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 내에 위치한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 사진CJ ENM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 내에 위치한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 [사진=CJ ENM]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은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과 영상 제작 현장에서도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BS 드라마 '김부장'이다. 작품 2회에서는 북한 대남 첩보총국 부국장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김부장(소지섭)의 차량 추격과 총격전, 교량 추락 장면이 등장하는데, 약 3분 분량의 이 장면은 100% 생성형 AI로 제작됐다. 시청자들은 배우의 액션과 연출에 주목했지만, 실제로는 AI가 구현한 영상이라는 점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CJ ENM 역시 AI 기반 가상 간접광고(VPPL)를 상용화하는 등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VPPL이란 기존 PPL 방식과 달리, 촬영을 마친 뒤에도 AI를 활용해 제품을 자연스럽게 삽입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광고주는 촬영 이후에도 집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제작사는 재촬영 없이 새로운 광고를 반영할 수 있다.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 내에 위치한 버추얼 프로덕션(VP) 스테이지 역시 LED 스크린 기술을 활용해 영화와 드라마, 광고 제작 비용과 시간을 줄이며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내에서 AI 활용 어셋으로 의심받은 이미지사진캡쳐
펄어비스 붉은사막 내에서 AI 활용 어셋으로 의심받은 이미지[사진=캡쳐]

다만 AI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펄어비스는 올해 초 '붉은사막' 게임 속 일부 회화 에셋의 손가락 표현을 두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의혹이 제기되자 사과했다. 회사는 모든 에셋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며 검수 부족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이용자들 역시 AI 활용 자체보다 결과물의 완성도와 검수 과정을 문제 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콘텐츠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활발하다. AI로 대량 생산됐지만 창작성이 부족한 게임을 '게임 슬롭(Game Slop)'이라고 부르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활용 여부보다 결과물의 품질과 창작성, 그리고 AI 사용 사실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가 이용자의 신뢰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활용 자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게임 컷신, 드라마 후반 작업 등 콘텐츠 제작 전반에서 AI가 활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AI를 사용했느냐보다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했는지, 그리고 이용자에게 이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콘텐츠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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