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명 막히자, 브라질로 향하는 쿠바인들

  • 가이아나로 와서 아마존 우림 뚫고 입국

지난 4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들어 미국 정부가 쿠바인들의 미국행을 대부분 차단하면서, 더 많은 쿠바인들이 브라질로 향하고 있다고 미 공영방송 NPR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부분 미국의 경제 제재나 석유 부족 등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싱턴 DC 소재 비영리 기구인 미주참여옹호센터(CEDA)를 인용, 지난해 한 해 브라질에서 쿠바인 망명 신청 4만4381건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의 규모다. NPR은 매달 수천 명의 쿠바인들이 브라질로 몰려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남미 난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보다 많은 수준이다.

쿠바 망명자들은 주로 '가이아나 루트'를 활용한다. 쿠바인들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남미 국가 가이아나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뒤, 아마존 우림을 통해 브라질로 넘어오는 식이다. 하지만 밀입국 브로커에게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버스를 타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통과하는 등 거의 5000㎞를 버스로 달려야 해 어려움이 많다.

방송은 또 브라질 정부가 난민 신청자들에게 현지 노동허가와 정부 사회복지 서비스 이용 혜택을 준다는 점 역시 쿠바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난민 신청이 허가될 때까지는 임시로 브라질에 체류하는 셈이지만, 적어도 몇 년간의 심사 기간 동안은 직업도 구하고 복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정치적 박해를 증명해야 하고 승인률이 낮지만, 기각될 경우 항소를 할 수도 있다.

브라질 일부 도시에는 쿠바 이민자들의 공동체도 생겨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북동쪽으로 약 290㎞ 떨어져 있는 볼타레돈다에는 쿠바 이민자들의 성경 공부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모임에서 쿠바 내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동포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인구 300만 명의 남부 도시 쿠리치바에도 쿠바 이민자 공동체가 형성됐다. 이 도시는 쿠바계가 많이 사는 미국 남부 마이애미를 빗대 '뉴 마이애미'라 불리기도 한다.

게다가 아직 브라질의 2억 명의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이 1%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난민지원단체 카리타스의 활동가 라리사 게티라나는 브라질 내에서 반(反) 이민 정서가 정치적 동력으로 부상하지는 않았다면서 낮은 이민자 비율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편, 쿠바에 남아 있는 시민들의 삶은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게다가 더운 여름철에 에너지까지 부족한 상황이라 많은 시민들은 해안가 대로변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금수 조치로 쿠바 전체가 정전에 시달리고 있으며,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길가나 해안가 그늘 등에서 잠을 청한다고 한다. 지난 2일에는 쿠바의 전력망이 붕괴돼 섬 전체가 암흑에 빠지기도 했다. 게다가 쿠바에는 전기로 가동하는 우물이 많이 있는데, 에너지 부족으로 이들 우물이 마르면서 물 부족이라는 문제까지 생겼다.

쿠바 당국은 2021년 이후 지금까지 약 100만 명이 자국을 떠난 것으로 집계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인구의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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