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인공지능(AI) 도입 의지는 높지만, 전문인력 부족이 AI 신약개발 확산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조사 대상의 약 90%는 AI를 활용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었으며, AI 전문인력이 없다는 응답도 67.3%에 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은 AI 신약개발에 대한 인식과 교육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AI신약개발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AI 전문기업, 학계, 연구기관 44곳, 관계자 55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55명 가운데 26명은 현재 AI를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활용 방식은 내부 활용 10명, 외부 아웃소싱 9명, 두 방식을 병행하는 경우가 7명이었다. AI 도입을 검토하거나 계획 중이라는 응답은 23명이었으며, 활용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6명이었다.
AI를 활용 중인 응답자들이 꼽은 적용 분야(복수응답)는 후보물질 식별과 후보물질 최적화가 각각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화합물 식별(11명), 작용기전(9명), 표적 식별 및 검증(8명), 전임상(6명), 임상(4명), 약물 재창출(4명) 순이었다.
향후 개발을 희망하는 분야는 합성의약품이 27명(49.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바이오의약품 및 항체 12명(21.8%), 표적단백질분해(TPD) 6명(10.9%), 항체-약물접합체(ADC) 5명(9.1%), 약물전달시스템(DDS) 3명(5.5%)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AI 전문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 부서 내 AI 전문인력이 없다는 응답은 37명(67.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명 이상 보유 10명(18.2%), 1명 보유 4명(7.3%), 2명 보유 3명(5.5%), 3명 보유 1명(1.7%) 순이었다.
AI 전문인력이 없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인력 확보를 위한 자금 및 리소스 부족이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내부 인력의 AI 기술 이해 부족(19명), AI 신약개발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1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와 유관기관에 바라는 지원으로는 AI 전문인력 양성(37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25명), 투자·자금 지원(23명), 실증·검증 기회 제공(22명), 인허가 가이드라인 마련(15명), 글로벌 진출 지원(9명) 순으로 조사됐다.
AI 교육의 필요성도 높았다. 응답자의 91.0%(50명)는 AI 신약개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부 교육 수요는 AI 알고리즘 및 모델링 프로그래밍(17명),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16명), 생물정보학·화학정보학 데이터 활용 교육(13명), 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래밍 기술(5명) 순으로 집계됐다.
자율실험실(SDL)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낮았다. 응답자의 38%(21명)는 용어만 들어봤다고 답했고, 36%(20명)는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은 24%(13명)였다. SDL은 AI와 실험 자동화 로봇을 결합해 AI가 실험 설계부터 수행, 데이터 분석, 후속 실험까지 자동화하는 연구 체계를 말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AI는 신약개발의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AI 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인프라 구축, 실증 환경 조성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나라 AI 신약개발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비용 산업으로 꼽힌다. 평균 10~15년의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지만 임상 실패율은 90%에 달한다. 특히 신약개발 비용 상당수가 후기 임상 단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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