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북한 기술 전문가 마틴 윌리엄스의 도움을 받아 최신 북한 스마트폰 2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에는 '녀성 건강관리 프로그램', '손전화기용 경제정보체계', '운수 료금 안내'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었다. 은행 업무와 전자결제부터 여성 건강관리, 교통 정보, 의약품 주문까지 일상생활과 관련한 기능을 제공했다.
전자지갑 앱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하고 은행 계좌에 돈을 충전할 수 있다. 앱 화면에는 전자제품과 식료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국영기업 광고도 표시됐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자결제가 북한 당국의 통화 유통과 환율, 물가, 세금 통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워드 연구위원은 "모든 상점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장부를 작성한다고 해도 현금 거래를 대규모로 감시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온라인 금융이 확대되면 당국이 거래 내역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앱 ‘만방’을 이용하면 24시간 TV 프로그램과 영화, 관영매체 영상을 볼 수 있다. 중국과 옛 소련,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의 작품뿐 아니라 외국어 학습용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 '피노키오', '겨울왕국' 등도 제공됐다.
WP는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불법 외국 콘텐츠를 강하게 단속하는 대신 주민들에게 국가가 승인한 대체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용 앱에서는 생리 주기를 관리하고 화장법과 피부 관리, 운동, 식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기약과 간염 치료제 등 3000여종의 의약품을 주문해 배송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앱도 설치돼 있었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평양의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시 개발과 생활 편의 개선을 통해 엘리트층의 만족도와 체제 충성도를 유지하려는 정책의 하나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2008년부터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현재 인구 약 2600만명 가운데 휴대전화 가입 건수는 635만건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가운데 스마트폰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스마트폰은 외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며 당국이 통제하는 내부망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외부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암시장에서 유심칩을 구한 뒤 북·중 국경 인근에서 중국 이동통신 기지국 신호를 잡아야 한다.
WP는 북한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고 화장법을 배우며 생리 주기까지 관리하고 있지만, 이런 디지털 편의가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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