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원 같지 않아요. 며느리 같고, 딸처럼 편안한 사람이죠”
지난 15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사내면종합문화센터 지하 장수식당. 초복을 맞아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커다란 솥에서는 삼계탕이 끓고, 주방 안에는 식판을 나르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인터뷰를 마친 이선희 화천군의회 부의장은 곧바로 앞치마를 둘러맸다. 잠시 뒤 배식대에 선 그는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뜻한 식사를 건네며 안부를 물었다. 인터뷰보다 봉사가 먼저인 듯한 모습이었다.
장수식당을 찾은 한 어르신은 “정치인이라는 생각보다 며느리 같고 딸처럼 편안하다”며 “늘 같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수십 년 동안 장수식당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누적 봉사시간은 9000시간이 넘는다. 의정 일정이 없는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지역 어르신과 취약계층 200여 명의 점심 준비를 돕는다.
그는 “봉사는 우연히 시작했지만 어느새 제 삶의 일부가 됐다”며 “봉사를 마치고 느끼는 보람과 평안이 지금까지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경험은 자연스럽게 의정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는 비례대표를 넘어 주민들의 직접 선택을 받은 화천군 최초의 여성 선출직 군의원이 됐다. 지역 정치에서 여성 대표성이 한 단계 확대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 부의장은 “선거는 쉽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도전이 후배 여성들이 정치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시절의 한계도 숨기지 않았다. “주민들께서 민원을 이야기하는 데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선출직 의원으로서 더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 생활정치를 실천하겠습니다”
최근 화천군이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는 “주민 삶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는 투자”라며 “화천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 만큼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의 성공 조건으로는 현장을 꼽았다. “좋은 정책도 주민들이 불편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한 홍보와 시행 과정의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방소멸의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본소득만으로 인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일자리와 교육, 주거, 돌봄 정책이 함께 추진될 때 비로소 지역에 사람이 머무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정책 효과가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지는 군의회가 끝까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 부의장은 최근 화천군의회 부의장으로 선출되면서 “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의정활동과 소통하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봉사 현장에서 다져온 경험을 의정활동으로 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기자가 만난 장수식당은 단순한 무료급식소가 아니었다. 지역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생활의 어려움을 듣는 작은 민원실이기도 했다. 이 부의장이 말한 ‘생활정치’ 역시 거창한 구호보다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배식은 끝을 향해 갔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앞치마를 벗을 무렵에도 그는 마지막 식판을 정리하며 어르신들의 귀가를 도왔다. “맛있게 드셨죠. 다음 주에도 건강하게 오세요”
인터뷰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정치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다. 마지막 어르신에게 건넨 그 짧은 인사였다. 봉사와 정치의 답은 결국 사람 곁에 있다는 그의 말은 장수식당 배식대에서 먼저 증명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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