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핵심 요구안으로 신차 배정을 꺼내 들었다. 다른 주요 기업 노조가 이른바 'N% 성과급'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에서다. 당장에 성과급보단 중장기적인 신차 물량을 확보해 GM '한국 철수설'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이날부터 이틀간 하루 8시간의 부분파업을 단행한다. 근무 전반조와 후반조가 각각 4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는 임단협 결렬에 따른 것으로 올해 첫 파업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날 이뤄진 마지막 교섭 자리에서도 안규백 한국GM지부장은 "사측의 태도는 변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노조 요구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명확한 제시안이 마련되면 교섭을 요청하라"고 반발했다. 직후 노조는 6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었고,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다만 이번 한국GM 노조의 파업 분위기는 다른 주요 기업 노조와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를 계기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노조가 전년도 순이익의 일정 비중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사측에 줄줄이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GM 노조는 신규 차종 배정 계획을 제시하라며 사측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최근 열린 한국GM 노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번 협상은 노조원들의 임금을 몇 푼 올리기 위한 교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성과급 같은 당장의 보상이 아닌 장기적인 고용 유지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자칫 2018년 전북 군산공장 폐쇄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당시 회사는 판매 부진, 생산 물량 감소를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GM이 사실상 생산거점으로서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내수에서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지난달 기준 한국GM이 판매한 전체 차량 4만8134대 중 내수는 1049대로 단 2.2%에 그쳤다. 97.8%는 해외 판매로 충당했다는 뜻이다. 내수에서 차량이 잘 팔리지 않으면 GM 본사에서는 한국 철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오랜 기간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다.
이러한 고용 불안을 없애기 위해 노조는 새로운 차종을 국내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GM은 현재 인천 부평, 경남 창원 등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등을 생산 중이다. 다만 이들 모델은 짧게는 2029년, 길게는 2031~2032년 사이 단종이 예정돼 있다. 이후 GM 본사에서 신규 차종을 배정하지 않으면 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신차 배정을 서두르려는 또 다른 이유에는 2028년 만료되는 산업은행과 GM 간 경영 정상화 협약이 자리한다. 협약 기간이 끝나면 산업은행이 GM의 국내 사업 유지, 추가 투자를 압박할 수 있는 협상 수단마저 지금보다 약해진다. 노조는 그 전에 후속 차종과 생산 물량을 확정하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이 잘 된다고 해도 내수가 팔리지 않으면 한국GM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노조가 신차를 확보하려는 것도 그에 따른 한국 철수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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