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미니아파트, 빈방 늘어도 월세는 그대로... 세입자들 "차라리 외곽으로"

  • 공급 급증에 공실 확대…집주인은 대출 부담에 가격 인하 난색

  • 산업용 부동산은 첨단·물류 수요에 임대료 상승세

하노이 한인타운 미딩 근처 주택가 사진김혜인 통신원
하노이 한인타운 미딩 근처 주택가 [사진=김혜인 통신원]
하노이 임대시장에서 주거용과 산업용 부동산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미니아파트는 새 건물이 늘었지만 높은 월세 탓에 빈방이 쌓이고 있는 반면 산업용 부동산은 물류와 첨단 제조 수요가 살아나며 임대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임대시장의 핵심은 공급량이 아니라 세입자와 임차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15일(현지 시각) 밧동산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베트남 부동산업계에서는 하노이 미딘과 푸도, 호뚱마우, 팜 반 동, 쩐 타이 통, 즈엉 꽝 함, 크엉 딘 등 미니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세입자를 찾는 안내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실 규모 미니아파트를 운영 중이라는 A씨는 지난해 말 완공한 건물의 20~25%가 최근 3개월 넘게 공실 상태라고 밝혔다. 침대, 냉장고, 옷장, 세탁기, 에어컨 등을 갖춘 20~28㎡(약 6~8평) 크기 방의 월세는 420만~650만 동(약 23만7000원~36만80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빈방이 늘어난 이유는 공급 증가와 가격 부담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A씨 주변에서는 새 미니아파트 3~4개 동이 비슷한 시기에 임대를 시작했다. 다만 A씨는 대출 금리 부담 때문에 월세를 쉽게 낮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미딘 거리 인근 골목에서 건물을 관리하는 B씨도 준공한 지 1년 가까이 지난 미니아파트가 절반가량만 채워졌고 2분기 들어 공실률이 15%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지은 미니아파트가 잇따라 나오면서 공급은 많아졌지만 세입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있고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추지 않아 공실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세입자들, 가격 보고 움직이는 추세

세입자들은 직장 접근성보다 실제 부담액을 더 따지는 상황이다. 꺼우저이 주이떤 지역의 기술회사 직원 C씨는 직장 근처 방을 2주 가까이나 찾았지만 적당한 곳을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근처 미니아파트는 20~30㎡ 기준 월세가 대체로 450만~800만 동(약 25만 원~45만 원)이었다. 그는 친구 3명과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떠이모 지역 55㎡ 아파트를 월 900만 동(약 51만 원)에 빌려 살고 있으며 전기요금, 수도요금, 관리비를 더해도 1인당 부담은 월 300만 동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지표도 세입자 부담을 뒷받침한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밧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미니아파트 임대 매물은 전월보다 3% 넘게 늘었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3.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3% 상승했고 주택 임대료 지수는 6% 올라 CPI 상승에 0.85%포인트 영향을 줬다. 레 호앙 쩌우 호찌민시부동산협회장은 "임대료가 소득의 약 20% 수준이면 적정하다"며 "25%를 넘으면 생활비와 저축 여력에 큰 압박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노이시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 가격 기준 마련에 나섰다.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관련 부서에 임대주택 투자사업의 임대료 기준을 만들도록 맡겼고 이 작업은 2026년 3분기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하노이 사회주택 임대료는 건물 높이에 따라 월 ㎡당 4만8000~19만8000동으로 나뉜다. 
 
하노이 지역에서 임대되고 있는 주택 및 아파트들 사진밧동산 갈무리
하노이 지역에서 임대되고 있는 주택 및 아파트들 [사진=밧동산 갈무리]
산업용 임대시장은 반대로 오른다

한편, 주거용 미니아파트가 공실을 고민하는 사이 산업용 부동산은 수요 회복을 바탕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CBRE 베트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 북부 지역의 산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새 공급이 늘고 임대 수요도 회복됐다. 북부 지역의 완공형 창고 임대료는 월 ㎡당 약 4.9달러로 전년 대비 5.4% 올랐고 완공형 공장 임대료는 월 ㎡당 약 5.1달러로 3% 상승했다. 삼성, LG, 폭스콘 등 대기업의 전자·첨단기술 부문 투자 확대도 산업용 토지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혔다. 남부 산업용 부동산도 회복세를 보였다. 호찌민시, 빈즈엉, 동나이, 롱안, 바리아-붕따우를 포함한 남부 지역의 상반기 산업용 토지 흡수 면적은 124헥타르로 전년 동기보다 125% 늘었다. 주요 임차인은 전기·전자, 물류 업종이었다.

전문가들은 미니아파트 시장이 과거처럼 완공만 하면 방이 차던 단계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팜 득 또안 EZ Property 최고경영자는 "새 건물이 한꺼번에 운영에 들어가 공급이 급증했고 물가 상승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 수요가 이를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 홍 탕 DKRA 컨설팅 부총괄이사도 "입지, 전문 관리, 합리적인 임대료를 갖춘 건물은 유리하지만 평균적인 품질의 건물은 임대료 인하나 서비스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들도 임대료 부담에 대해 주목했다. 한 독자는 "가격이 높으면 고객이 더 신중해지고 경쟁 확대는 시장 조정의 신호"라고 적었다. 또 다른 독자는 "400만 동이면 사람을 더 모아 아파트 한 채를 빌리는 편이 낫다"며 "솔직히 30㎡도 안 되는 방이 650만 동이면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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