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탐사기획] "자영업자 피눈물 흘리게 하는 광고 사기…제도가 못 지키니 개인이라도 나서야죠"

  • 독소 약관과 상행위 프레임의 맹점 고발한 민생상생연구소 최진혁 소장

  • "사업자라는 이유로 소비자원도 외면…법률 대중화로 무기력증 깨뜨릴 것"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리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최진혁 민생상생연구소 소장이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기성 업체들의 보복 위험이 있어 요청에 따라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사진박승호 기자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최진혁 민생상생연구소 소장이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기성 업체들의 보복 위험이 있어 요청에 따라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사진=박승호 기자]

광고 사기 피해자에게 진짜 싸움은 사기를 당한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에 시작된다. 어렵게 소송을 결심해도 곧바로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 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있다. 바로 민생상생연구소의 최진혁 소장이다. 민생상생연구소는 법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구제 절차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해 뜻이 맞는 변호사단과 자발적인 피해자들이 모여 구성한 비영리 단체다. 피해 구제를 위한 상담부터 내용증명 발송, 소장 작성 등의 실무를 무상 혹은 최소한의 실비로 지원하며 소상공인의 법적 대응을 조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피해자를 돕는 활동가로 나선 계기는 의외로 소박하다. 군대를 늦게 가 서른 살 무렵 공익근무요원으로 사회복지시설에 배치됐던 그는, 과거 광고업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남는 시간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던 중 게시판 두세 페이지가 통째로 광고 사기 피해 글로 채워진 것을 목격했고, 이후 대가 없이 그저 답답한 마음에 피해자들을 돕기 시작한 일이 지금은 다수의 승소 사례로 쌓였다. '불굴의 도라이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기 업체들의 실명과 불공정 행태를 직접 고발하고 피해 구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10일 광고 사기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최 소장을 직접 만났다. 그는 수백 건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기의 타임라인과 대응 방법을 조목조목 짚어줬다. 업체마다 화법은 조금씩 달라도 피해자를 옭아매는 경로는 놀라울 만큼 똑같았다. 초기 접근부터 결제, 발뺌, 뒤늦은 대응까지 이어지는 수법을 따라가 보면 이 업계가 왜 이토록 오래 살아남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기는 주로 포털 사이트에 상호를 신규 등록한 초보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창업 한 달 이내의 매장에 전화를 걸어 네이버 담당자나 지역 우수 업체 선정이라는 사칭 화법으로 접근하는 식이다. 전화를 끊지 않고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은밀하게 결제 유도로 단계가 넘어간다. 그러나 이들은 절대 ‘결제’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는다. 대신 카드 한도 승인만 확인해 보겠다며 자영업자의 판단을 흐린 뒤 결제를 강행해버린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자영업자들이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 이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이미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작업이 시작됐다며 연락을 끊고 잠적하거나, 원금 대부분을 공제하는 과도한 위약금을 들이밀며 압박한다. 실제로 132만원 상당의 계약을 한 달 만에 해지하려 하자, 형식적인 블로그 글 몇 개를 올렸다는 핑계로 건당 10만원씩 공제해 결국 40만원만 돌려받은 사례도 있었다. 결국 영세 소상공인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계약서와 상행위라는 법적 굴레에 묶여 원금을 고스란히 떼인 채 무기력하게 끌려다닐 뿐이다.

특히 피해 자영업자들을 가장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공적 구제 시스템의 차가운 외면이다. 최진혁 소장은 현행법의 모순과 사법기관의 한계를 지적하며 "피해자들이 억울한 마음에 한국소비자원 문을 두드려도 '너희는 소비자가 아니라 사업자 대 사업자의 상행위를 한 것이니 관할이 아니다'라는 매뉴얼 답변만 돌아올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기관이나 중재 기관에 아무리 호소해도 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된다"며 "1인 사업자나 5인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들을 대기업 결정권자와 똑같은 사업자로 묶어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과 제도가 '사업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피해자들을 외면하자 결국 한 개인이 직접 총대를 메고 판을 깨기 위해 나섰다. 최 소장이 선택한 방법은 법률의 대중화와 이른바 ‘재판지 역공 전략’이었다. 사기 업체들은 향후 소송에 대비해 계약서에 독소 약관을 심어둔다. 자신들의 소재지 법원에서만 재판하도록 미리 명시해 두는 식이다. 이 규정은 영세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장벽이 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평일 낮에 생업을 접고 왕복 수 시간을 걸려 타지 법원까지 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기 업체들은 소상공인의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악용해왔다.

최 소장은 이 구조적 비대칭을 역으로 파고들었다. 업체 대표들이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송사에 휘말려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법원에 약관의 불공정성을 소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원래 업체 쪽에 유리하게 잡혀 있던 재판 관할지를 피해자의 거주지 법원으로 강제 이송시키는 노하우를 정립한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블로그를 통해 피해자들에게도 직접 이식하고 있다.

관할이 피해자들의 거주지로 옮겨오는 순간 힘의 균형은 뒤집힌다. 전국 각지의 법정을 매번 돌며 재판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사기 업체들이 결국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거나 백기를 들고 환불에 합의하는 구조다. 이기는 것을 넘어 애초에 상대가 싸울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인 셈이다. 최 소장이 길을 터준 덕분에 홀로 법정에 서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났고 사기 대행사를 상대로 90%에서 많게는 100% 전액 환불 판결을 받아내는 승소 사례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할지를 옮겨 승기를 잡더라도 소송 자체에 드는 비용이라는 또 다른 벽이 남는다. 변호사 상담부터 내용증명 대리 발송, 나아가 형사 고소장 작성과 민사소송 절차까지 개인이 개별적으로 감당하려면 수백만원의 법률 비용이 발생한다. 피해 금액이 100만원에서 200만원대인 소상공인 입장에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쓰는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역설에 직면한다. 결국 정당한 구제 절차를 눈앞에 두고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최 소장이 사비와 개인 시간을 쪼개 구제 전면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법적 무기력증에 빠진 소상공인들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상담과 서류 작성을 무상 혹은 최소한의 실비 수준으로 진행해왔다. 또한 피해자가 소송 실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블로그를 통해 법적 대응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과거 수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던 위○커머스 사태 당시에도 민생상생연구소 변호사단은 사방으로 뛰며 법률 조력을 진행했다.

최 소장은 "피해액이 100만~200만원대인데 변호사 상담비, 내용증명비, 고소장 작성비까지 합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진다"며 "법률 지식이 없고 돈이 없는 소상공인들이 결국 이 지점에서 다 나가떨어지는 것을 알고 사기 업체들이 버티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악성 광고대행업체 18곳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뒤늦게 정부 차원의 대응도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환불 요구가 빗발치면 법인 상호와 간판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위장 수법은 여전히 업계 전반에서 교묘하게 반복되며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 카드 결제 대행을 맡는 PG사들마저 이들 광고 대행업을 사행성 업종으로 분류해 한도 승인을 엄격히 제한할 정도로 시장이 혼탁해졌다. 사기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자취를 감추는 속도를 국가 제도가 온전히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민생 범죄의 현실이다.

결국 재판지를 옮겨오고 수백만원의 법률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조력자가 존재해야만 피해자가 겨우 법정에 설 기회를 얻는 구조다. 공적 구제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 한 개인의 선의와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 범죄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증한다. 법의 보호를 받는 속도가 범죄의 진화 속도보다 한발 늦은 현실 속에서, 민생상생연구소의 조력은 우리 사회의 민생 범죄 예방 시스템이 시급히 풀어야 할 씁쓸한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를 상대로 위약금 수익을 노리는 기망성 광고대행 영업의 실태를 추적한 심층 기획보도는 '[아주 탐사기획] "광고비 0원"이라더니 수백만원 편취…자영업자 울린 광고대행'을 통해 이어집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