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이슈] 울산 트램, 어떻게 되나…3814억 사업비와 중단 비용의 셈법


국내 최초의 무가선 수소전기트램으로 관심을 모았던 울산 도시철도 1호선 사업이 김상욱 울산시장 민선 9기 출범 이후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울산 태화강역과 신복교차로를 잇는 이 사업은 이미 시공 및 차량 제작 계약까지 체결되었으나, 향후 운영 적자와 공사 기간 중의 도심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사업전반의 재검토 결정으로 일시 정지된 상태다.

예정대로 추진하면 공사 기간 교통불편과 장기적인 운영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중단하거나 장기간 보류하면 이미 투입된 설계·용역비와 국비 처리,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힌 울산 트램의 현재 상황을 확인된 수치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울산 트램 조감도 사진울산시
울산 트램 조감도. [사진=울산시]
 
울산 태화강역∼신복교차로 10.85㎞…2029년 말 개통 목표

울산 도시철도 1호선은 태화강역에서 삼산로와 문수로, 대학로를 지나 신복교차로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10.85㎞ 노선이다.

노선에는 정거장 15곳이 들어서며, 전차선 없이 수소연료전지로 운행하는 무가선 수소전기트램 9편성이 투입된다. 전체 공사 기간은 약 45개월이며 현재 개통 목표는 2029년 말이다.

사업은 2020년 9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승인, 2023년 8월 기획재정부 타당성 재조사 통과, 2024년 3월 중앙투자심사, 2025년 2월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쳤다.

타당성 재조사 당시 비용 대비 편익은 0.85로 경제성 기준인 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반영한 종합평가 점수는 0.535로 사업 추진 기준을 넘었다.
 

총사업비 3814억원…국비 2288억·시비 1526억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기본계획상 총사업비는 3814억원이다.

재원은 국비 60%인 2288억원과 울산시비 40%인 1526억원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 금액은 기본계획 승인 당시 확정된 총사업비다. 향후 설계 변경과 물가 상승, 공사 여건 등에 따라 최종 사업비가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울산시는 설계와 시공을 한 사업자가 함께 맡는 일괄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한신공영 컨소시엄과 지난 4월 20일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 날부터 지반 보강과 가설시설물 설치 등 우선시공분 공사를 시작했으며, 당초 오는 10월 본공사 착공을 계획했다.
 

​​​​​​​현대로템과 차량 9편성 634억원 계약


건설공사와 별도로 차량 제작 계약도 이미 효력이 발생했다.

울산시는 지난 3월 5일 현대로템과 수소전기트램 9편성을 634억원에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차량 한 편성은 5개 모듈로 구성되며 길이 35m, 폭 2.65m, 높이 4m 규모다. 승차 정원은 245명이고 최대 305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차량은 1회 충전으로 200㎞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제작되며 최고 운행속도는 시속 60㎞다.

건설공사뿐 아니라 차량 제작도 시작된 만큼 울산시가 정책적 판단만으로 사업을 즉시 취소하기는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개통 후 매년 114억원 재정부담 추산


트램을 예정대로 건설하더라도 운영비는 장기간 울산시 재정이 부담해야 할 과제다.

민선 9기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제시된 울산시 추산에 따르면 연간 운영비는 약 196억원, 운임수입은 약 82억원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해마다 약 114억원의 운영 적자가 발생한다. 단순 계산하면 5년간 약 570억원, 10년간 약 1140억원의 재정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현재 예상한 이용객과 운임, 운영인력, 위탁운영 방식 등을 전제로 산정한 추계다. 실제 재정부담은 개통 당시의 이용 수요와 요금체계, 운영 주체,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계획에서 예상한 하루 이용객은 약 2만 4000명이다.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의 운행시간은 약 28분으로, 현재 버스 평균 소요시간인 약 40분보다 12분가량 단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공사하면 일부 구간 시속 4.8㎞ 우려


김상욱 울산시장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공사 기간 교통혼잡이다.

트램 노선은 삼산로와 문수로, 대학로 등 울산 도심의 주요 간선도로 중앙부를 지난다. 궤도와 정거장 설치를 위해 차로를 점유하면 공사 기간 통행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가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교통분석에서는 공업탑로터리에서 울산대공원 정문 교차로까지 약 1.1㎞ 구간의 통행속도가 공사 중 일부 방향에서 최저 시속 4.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문수로 우회도로를 먼저 개통한 뒤 트램 공사를 진행하면 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 경우 트램 개통 시점이 크게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시장은 트램의 대안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우선신호체계를 갖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와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인 DRT 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단하면 국비는 어떻게 되나


사업을 중단할 경우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가 국비다.

울산 트램 1호선에 승인된 전체 국비는 2288억원이지만, 이 금액 전부가 현재 울산시에 지급된 것은 아니다.

울산시가 지금까지 확보한 국비는 2025년 60억원과 2026년 360억원 등 총 420억원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최종 취소되면 이미 교부되거나 집행된 국비 420억원을 어느 범위에서 반환해야 하는지 정부와 정산해야 한다. 아직 교부되지 않은 나머지 국비는 반납금이라기보다 향후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재원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다.

일부 보도에서는 전체 국비 반납액을 2228억원으로 전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기본계획상 국비 분담액은 2288억원이다. 사업 취소 시 실제 반환 대상과 규모는 집행 내역과 정부 협의에 따라 확정돼야 한다.
 

설계·용역비 최대 123억원 매몰 가능성


울산시 내부 검토에서는 지금까지 투입한 설계와 각종 용역비 가운데 약 100억∼123억원이 사업 중단 시 회수하기 어려운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는 추산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기본·실시설계와 교통·환경 관련 영향평가, 각종 사전 용역 등에 투입된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23억원은 사업 중단에 따른 전체 손실을 확정한 금액이 아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설계·용역비를 중심으로 산정한 최대 추계에 가깝다.

우선시공분 공사에 실제 투입된 비용과 시공사의 계약 준비비용, 공사 중단에 따른 정산금 등은 별도로 계산될 수 있다.
 

차량 계약 해지 손해배상 약 70억원 추산


현대로템과 체결한 634억원 규모의 차량 제작 계약도 사업 중단의 주요 변수다.

김 시장은 최근 공개 방송을 통해 차량 제작 공정률이 약 40%까지 진행됐으며, 계약을 해지할 경우 차량 제작 부분에서만 약 70억원의 손해배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70억원은 계약서에 미리 정해진 확정 위약금은 아니다.

현재 제작 단계와 이미 투입된 부품비·인건비 등을 기초로 산정한 추정 손해액이다. 실제 계약 종료 비용은 계약 해지 사유와 귀책 여부, 제작된 부품의 활용 가능성, 기대이익 등을 정산하거나 소송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

건설공사 계약에서도 시공사가 투입한 설계비와 준비비용,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 등에 대한 별도 정산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사업 전체를 중단할 경우 최종 부담액은 현재 거론되는 70억원과 123억원을 단순히 더해 확정할 수 없다.

 
공사 중지 가능 기간 60일…공론화 시간은 빠듯


울산시는 지난 7월 2일부터 트램 1호선 공사를 일시 중지한 상태다.

울산시 전언에 따르면 계약상 발주기관이 공사를 중지할 수 있는 기간은 합계 60일이다.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나 사업의 타당성과 수요를 다시 검증하고 시민 공론화까지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울산시의 고민이다.

계약서에는 울산시가 정책적 필요만으로 자유롭게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임의해지 조항이 사실상 없고, 현재 시공사와 차량 제작사에도 이행지체나 이행불능 등 명확한 법정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는 시공사와 계약 변경 또는 공사 중지 기간 연장 가능성을 협의하는 한편 정부법무공단과 외부 법률 전문가 등을 통해 계약 종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법적 근거 없이 계약 이행을 거부하면 손해배상뿐 아니라 행정의 신뢰성과 계약 책임을 둘러싼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론화 조례는 의회 심사 앞둬


트램 사업을 시민 숙의에 부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울산광역시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안'도 울산시의회에 제출됐다.

조례안은 시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을 시민과 전문가,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시민 대표성 확보와 숙의 기간, 의제 선정 절차를 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계약상 허용된 공사 중지 기간 안에 충분한 공론화를 마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추진 비용과 중단 비용 모두 공개해야


울산 트램은 더 이상 계획 단계의 사업이 아니다.

총사업비 3814억원 규모의 기본계획이 승인됐고, 건설공사와 634억원 규모의 차량 제작 계약이 체결돼 일부 공정이 시작됐다.

예정대로 추진하면 공사 기간 교통불편과 함께 연간 약 114억원으로 추산되는 운영 적자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중단하면 현재까지 투입한 설계·용역비와 공사비가 매몰될 수 있고, 국비 정산과 차량·건설공사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및 법적 분쟁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수치만으로 어느 선택이 더 경제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운영 적자와 교통불편은 장래 추계이고, 매몰비용과 손해배상액 역시 계약 정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시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다.

트램을 추진할 때의 건설비와 장기 운영비, 교통 개선 효과를 비롯해 중단·연기할 때의 실제 정산액과 법적 위험, BRT 등 대안 교통체계의 사업비와 수송력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한 자료다.

3814억원의 건설사업과 울산의 장기 대중교통체계를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최종 판단 역시 검증된 수치와 충분한 정보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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