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탐사기획] 오픈 첫날 걸려온 '광고 사기' 전화… "끝까지 싸워 전액 환불 받아"

  • "내가 부족해서 당했다는 자괴감은 금물…그들이 악랄한 것"

  • "개인 번호로 등록하면 밤낮없이 연락와…번호 분리는 필수"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리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지난 6월 5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승룡이네’ 카페 사장 임다은씨가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인혁 기자
지난 6월 5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승룡이네 집' 카페 사장 임다은씨가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인혁 기자]
 
"이제는 심호흡 한 번 하고 전화를 받아요"

새 출발을 꿈꾸며 가게 문을 연 초보 자영업자들이 광고대행업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공식 광고대행사를 사칭한 뒤 개업 초기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고액 계약을 유도하는 수법이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카페 '승룡이네 집'에서 사장 임다은씨(31)를 만났다. 임씨는 카페를 개업한 첫날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237만6000원이 결제됐다. 업체의 환불 회피와 시간 끌기에 맞서 싸운 끝에 두 달 만에 전액을 돌려받았다.

사건은 지난 3월 카페를 연 당일 시작됐다. 임씨가 가게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리기 위해 '네이버 플레이스'에 매장을 등록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마케팅 업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업체는 자신들을 '네이버 공식 대행사'라고 소개했다. '강동구 카페'나 '천호동 카페' 등을 검색하면 임씨의 매장이 첫 페이지 상단에 노출되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군 생활을 마친 뒤 처음 자영업에 뛰어든 임씨는 매출과 가게 운영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업체는 이런 심리를 파고들었다."초반에 홍보 비용을 안 쓰면 안 된다" "카페 일 년만 하다 그만할 거냐"며 계약을 재촉했다.

빠르게 이어지는 설명을 절반쯤 이해하고 흘려듣는 사이 임씨는 카드 번호를 불러줬다. 업체는 통화 막바지에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요구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임씨는 "아무것도 진행하지 말아 달라"고 명확히 거절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업체의 전화는 이날 하루 종일 이어졌다. 

업체 직원들과 임씨가 참여한 단체 대화방까지 만들어졌다. 임씨는 퇴근길 전화와 단체 대화방을 통해 다시 한번 계약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결제는 이미 끝난 뒤였다. 정신없이 개업 첫 달을 보낸 임씨가 카드 명세서를 확인해 보니 업체에 돈이 빠져나가 있었다. 결제 후 받은 이메일에는 '등록확인서'가 첨부돼 있었다. 3년 약정, 12개월 할부에 총금액은 237만6000원이었다.

임씨는 구체적인 상품 설명조차 듣지 못한 상태였다. 업체는 결제를 마친 뒤에야 '등록확인서'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임씨가 항의하자 업체는 답변을 미루며 시간을 끌었다. 계속 환불을 요구하자 "위약금 20%를 제외하고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임씨는 서비스를 전혀 받지 않았는데 위약금을 낼 수 없다며 따졌고, 업체로부터 '100% 환불'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업체는 회사 전산 시스템을 이유로 다음 달 15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후 4월 말이 되자 임씨가 들은 적도 없는 '광고 세팅비'를 내세워 위약금 20%를 뺀 금액만 일방적으로 입금했다.

임씨가 다시 항의하자 담당자는 "나는 마케팅 담당자라 전산 권한이 없다"며 상급자에게 전화를 넘겼다. 전화를 넘겨받은 직원들은 임씨에게 피해 경위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도록 했다. 이후에는 "그럼 좋게 좋게 위약금 10%로 합의하자"며 회유했다.

임씨는 금액을 떠나 업체의 대응 방식에 분노했다고 했다. 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강제력이 없어 업체가 거부하면 집행하기 어려웠다. 카드사도 온라인 광고 관련 지출은 자체적으로 취소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임씨가 찾은 돌파구는 금융감독원 민원이었다. 카드사가 기습적인 결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과 사건 경위를 상세히 적어 민원을 냈다. 금감원의 압박은 카드사로, 카드사의 압박은 다시 광고대행업체로 이어졌다. 업체는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씨는 지난 4월 말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한 뒤 5월 나머지 금액까지 돌려받았다.

임씨는 피해를 겪는 동안 극심한 자괴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내가 부족해서, 내가 잘 몰라서 당했다는 생각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적으로 위축됐다"며 "하지만 SNS에 피해 경험을 공유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같은 방식으로 당했고 환불을 포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절대 자괴감을 갖지 말라"고 했다. 이어 "사장님들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들이 악랄한 것뿐이며, 지치지 말고 끝까지 싸우면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임씨는 업체와 통화할 때 반드시 녹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불 확답을 받거나 구체적인 설명 없이 결제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은 추후 민원 제기 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 민원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고 했다.

임씨는 첫 통화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녹음하지 못했지만 이후 업체와 나눈 모든 통화를 녹음했다. '100% 환불' 약속부터 업체가 말을 바꿔 위약금을 제외하고 입금한 뒤 계약 내용을 추궁한 통화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이렇게 모은 녹취록이 추후 금감원 민원과 카드사 소명 과정에서 부당함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며 첫 통화부터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광고 전화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려면 개인 휴대전화와 매장 전화번호를 분리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임씨는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 시 개인 휴대폰 번호를 쓰면 대행사들이 번호를 저장해 밤낮없이 메신저로 광고를 보내면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고 했다.

이어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다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선전화나 매장 전용 번호를 따로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광고대행업체와 분쟁을 겪은 뒤 임씨에게는 전화받는 습관도 생겼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서둘러 응대하지 않는다. 먼저 숨을 고르고 통화 녹음부터 확인한다.

자영업자를 상대로 위약금 수익을 노리는 기망성 광고대행 영업의 실태를 추적한 심층 기획보도는 '[아주 탐사기획] "광고비 0원"이라더니 수백만원 편취…자영업자 울린 광고대행'을 통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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