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홈플러스의 몰락과 MBK의 민낯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13일부터 임시 중단한 가운데 이날 서울시내 한 점포에 임시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13일부터 임시 중단한 가운데 이날 서울시내 한 점포에 임시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했던 홈플러스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오는 20일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즉시항고 기간 마감을 앞두고 있는 홈플러스는 급기야 13일부터 운영자금 고갈로 마트 전 매장 영업을 임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상품 대금은 물론 전기료와 시설 유지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는 설명은 우리 유통산업의 현실을 넘어 기업 경영의 책임과 사모펀드의 역할을 다시 묻게 한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가운데 20일까지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다. 전국 수만명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납품기업, 입점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걸린 사회적 문제다. 대형마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까지 연쇄 충격을 받는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제다.

이번 위기의 중심에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2015년 7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상당 부분을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에 의존했다. 이후 점포와 물류센터를 잇달아 매각했고, 일부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운영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더 큰 문제는 그 기간 유통산업의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물류와 디지털 전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을 재편했다. 경쟁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막대한 이자 부담과 임대료 부담에 발목이 잡혀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눈앞의 재무 개선에만 집중하다 미래 성장동력을 놓친 대가는 너무나 컸다.

'MBK 책임론'에 MBK는 그동안 후순위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수천억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상당수 지원이 대출이나 담보 제공의 성격이었다면 이는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게 자본을 투입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책임을 MBK에만 돌릴 수도 없다. 유통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소비 패턴의 전환도 홈플러스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기업을 인수한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까지 책임지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인수 과정에서는 수익을 기대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을 미루는 모습은 책임 있는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다.

정부와 금융권 역시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가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수많은 협력업체와 소상공인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협력사 대금과 입점업체 보호, 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한 비상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원칙이 중요하지만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안전판 역시 국가의 책무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할 자유가 있지만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단기 수익을 위한 재무기법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피해를 남긴다면 시장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사람과 산업, 지역경제가 함께 얽혀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대주주인 MBK와 채권자가 책임 공방을 멈추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마지막 기회다. 홈플러스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을 외면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회생 실패를 넘어 한국 사모펀드 산업의 신뢰를 무너뜨린 대표적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