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호재가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이른바 ‘반세권’ 효과가 지역별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화성 동탄구 집값 급등세가 인접 생활권인 병점의 실수요 매수로 번지고, 호남에서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기대감이 부동산 문의와 호가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5월 화성시 병점구의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인은 4월 140명에서 5월 696명으로 397.1% 늘었다. 한 달 만에 생애최초 매수인이 5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동탄 생애최초 매수인은 721명에서 1310명으로 81.7% 증가했다.
대출 활용도를 보여주는 채권최고액 비율도 병점의 상승폭이 더 컸다. 5월 화성 동탄구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68.45%로 전월보다 7.64%포인트 상승했다. 병점은 같은 기간 62.62%에서 73.15%로 10.53%포인트 뛰었다. 경기 전체 상승폭이 1.59%포인트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채권최고액은 주택담보대출 때 설정하는 근저당권 최고액으로, 통상 실제 대출금보다 높다.
동탄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인접 생활권으로 무주택 실수요가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정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병점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향후 수요 이동 가능성이 주목된다.
동탄은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경기 남부 반도체벨트에 GTX-A 개통 효과까지 맞물리며 올해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30일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었다.
시장에서는 동탄 규제 이후 병점 등 인접 생활권으로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미 5월 등기 데이터에서 병점의 생애최초 매수와 레버리지 활용 확대가 확인된 만큼, 규제로 억눌린 수요가 가격 접근성이 높은 주변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점이 동탄 과열의 인접 생활권 확산이라면, 호남은 신규 반도체 투자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최근 전남과 광주 등 서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기대가 커지면서 광주 군공항 종전 부지와 광주 첨단3지구, 전남 해남 솔라시도 등 수혜지로 거론되는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 첨단3지구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아직 후보지도 추려지지 않아 시기상조인 감은 있지만 이미 토지주들부터 매물을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다”며 “직접 공장이 들어서지 않아도 이곳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 일단 매물을 회수하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청사진을 제시하며 직접 언급한 전남 해남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해남 솔라시도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단 17조원을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벌써 후속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며 “이번 주부터 인근에 매입 가능한 토지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외지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시설이 주거 수요와 상권, 교통망 개선까지 동반하는 만큼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 규제가 적용된 인접지역 범위에서 풍선효과는 발생할 수 있다. 자금 여력을 가진 실수요가 움직이고 있다면 의도했던 정책목표의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남권 반도체 투자 역시 미래가치가 일부 선반영될 경우, 호가 등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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