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도 좋지만 이렇게 유쾌하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할 때 즐거워요. 결과적인 숫자를 떠나 촬영 과정이 재미있었고, '남편들'을 하면서 공명과는 지금 둘도 없이 가까운 동생처럼 친해졌어요. 발가락도 입에 넣고 하다 보니까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죠. 심각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피를 내야 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런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대신 코미디는 어디서 어떻게 웃음을 줘야 할지 고민해야 하잖아요. 배우들끼리 아이디어를 내고 장면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공을 들이는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진선규는 '극한직업'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공명이 '민석' 역을 제안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레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 제안을 하기도 했을 정도로 공명과희 호흡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제가 시나리오를 읽고 재미있다고 느낄 때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상상되는 것 같아요. 대사를 직접 읊으면서 읽는 편인데 '남편들'이 딱 그랬어요. 대사도 입에 잘 붙고 끝까지 너무 재미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죠. 감독님의 전작을 워낙 좋아했지만 팬심을 빼고 읽어도 재미있었어요. 현남편 역할이 누구에게 갔느냐고 물었더니 공명에게 갔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전화해서 '읽어봤느냐, 어떠냐'고 물었어요. 재미있다고 하기에 '네가 하면 나도 같이 하고 싶다'고 했죠. 공명도 제가 하면 자기도 좋다고 했고요. 둘이 다시 코미디로 만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진선규와 공명은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코미디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 이후 재회인만큼 기대와 부담도 컸을 터. 진선규는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하려 하기보다 '남편들'의 이야기와 박규태 감독이 그린 장면을 충실히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우려와 부담은 당연히 있었어요. 비교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잘된 코미디의 기준점이 있으니까 '극한직업'과 비교해 별로라고 하거나 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그것을 생각하면서 더 잘해야지, 무엇을 더 만들어야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 안에 맞는 스타일과 감독님이 영상으로 상상한 그림을 잘 공유하자고 생각했어요. 저희 나름대로 이 이야기를 열심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선규가 해석한 충식은 '외강내유'에 가까운 인물이다. 범인을 쫓을 때는 수사 감각과 체포 능력을 발휘하는 에이스 형사지만 일상에서는 피와 높은 곳을 무서워하고 딸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아빠다.
"충식은 밖에서는 형사로서 범인을 잡아야 하고 에이스다운 전문성을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직업 밖에서는 허당기가 있죠. 아주 전문적이고 지적인 사람도 어디 한 군데는 허술할 수 있잖아요. 충식에게는 그게 딸 연주를 대하는 모습이에요. 딸이 시키면 뭐든 하는 흔히 말하는 딸 바보고요. 그런 부분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어요."
충식의 특기로 설정된 수갑 체포술을 위해서는 상당한 연습을 거쳤다. 실제 체포 과정에 영화적인 속도감을 더해 짧은 순간에도 충식의 능력이 드러나도록 했다.
"수갑 체포술을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실제로는 상대를 제압한 뒤 수갑을 채우게 되는데 영화적으로는 착착 이어지는 속도감을 붙였죠. 느리게 하면 저희가 상상했던 맛이 나지 않아서 조금 더 빠르게 표현했던 것 같아요."
박규태 감독의 전작 '육사오'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진선규는 작은 사건 하나가 남과 북의 인물들을 만나게 하고, 서로 다른 캐릭터가 부딪치고 화합하는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이 생겨나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육사오'를 극장에서 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OTT로 봤어요.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로 남과 북이 연결되고, 사람들이 가진 캐릭터가 부딪치다가 화합하는 과정이 참 감동적이었죠. 코미디라서 웃긴 것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안에 들어차 있었어요. 사람들이 만나는 과정과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더 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가진 코미디의 바이브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왔다. 힘든 촬영이 이어질 때마다 유쾌한 말로 현장의 분위기를 살린 윤경호는 예상밖 날렵한 액션으로 진선규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경호가 있으면 말을 정말 재미있게 해요. 마지막 창고 장면은 배우들이 일주일가량 같은 공간에서 촬영했는데 경호가 있어서 현장이 즐거웠고 힘든 장면에서도 에너지를 얻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액션도 정말 잘하고 날렵하더라고요. 연기와 마찬가지로 몸을 쓸 때도 상대를 배려하는 감이 있어요. 합을 맞추면 정확히 끊어주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김지석은 장면의 흐름을 정리하고 동료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오갈 때마다 진선규가 자연스럽게 김지석을 바라볼 만큼 의지되는 동료였다.
"제가 인텔리한 사람을 좋아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든요. 공명과 저는 아이들처럼 히히덕거리고 있으면 지석이가 리허설을 보고 '형,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면서 장면을 정리해줘요. 제가 헤헤거리고 있으면 살짝 어르고 달래서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죠. 무엇을 할 때마다 지석이를 보게 됐어요. 결정하지 못할 때 정해주기도 하고 리더 같은 면이 있어서 함께 있으면 편했습니다."
'극한직업' 당시 막내였던 공명에게서는 배우로서 자신의 자리를 탄탄하게 다진 변화가 느껴졌다. 동시에 진선규가 거리낌 없이 장난을 치고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료이기도 하다.
"공명이 마냥 막내는 아니구나 싶었어요.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기 입지를 잘 다지고 탄탄하게 가는 배우라는 걸 같이 작업하며 더 느꼈죠. 드라마도 잘돼서 대단하고 부럽다고 생각했고요. 저도 정말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 열 명도 안 되는데 공명이 그중 한 명이에요.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제가 막 해도 다 받아줘요. 정말 친동생 같은데 듬직해서 형 같기도 합니다."
공개 이후 반응은 엇갈렸다. 진선규는 코미디가 관객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크게 나뉘는 장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공들여 만든 작품을 향한 아쉬운 반응을 직접 마주하면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극한직업'을 통해 많은 사람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했다는 게 자랑스럽고, 우리가 어마어마한 작품을 했구나 다시 느꼈어요. 코미디는 각각의 취향에 맞춰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반응도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면 '너무 그렇게 보였나' '나만 재미있었나' 하는 생각은 들죠. 그럼에도 저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 시간이 가장 좋았어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낸 적 없이 좋은 사람,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다는 게 행복했죠.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촬영하는 게 아니잖아요. 장면 하나하나를 그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윤아의 특별출연은 '공조'와 '킹더랜드'로 이어진 인연을 통해 성사됐다. 과거 진선규가 윤아의 요청을 받아 '킹더랜드'에 특별출연했고 이번에는 진선규가 당시 받은 약속을 사용했다.
"'공조'로 윤아 씨와 인연을 맺었고 '킹더랜드'를 할 때 전화가 왔어요. '오빠, 특별출연해줄 수 있어요?'라고 하기에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죠. 당시 윤아 씨가 언젠가 오빠도 특별출연 카드를 쓰라고 했어요. 이번에 그 큰 카드를 썼는데 너무 고맙게 와서 역할을 해주고 갔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촬영하면서 이야기가 잘돼서 '남편들2'가 아니라 '아내들'로 나오면 좋겠다고 했어요. 아내들이 등장했으니 그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기회가 되고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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