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40년 만의 엔저 목전…근본 원인은 달러 강세, 日 당국 개입도 역부족

  • 뉴욕장 한때 161.93엔, 2024년 저점 코앞… 달러지수 1년 1개월 만의 최고

23일 도쿄의 한 증권사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주가지수 및 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23일 도쿄의 한 증권사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주가지수 및 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2엔선 턱밑까지 밀리며 39년 만의 최저 수준을 눈앞에 뒀다. 2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61.93엔까지 상승하며, 일본 정부·일본은행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던 2024년 7월의 고점(161.96엔)에 바짝 다가섰다. 이 선을 넘으면 엔화 가치는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22일 뉴욕시장에서 엔화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해 달러당 161.55~65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금융시장이 3일 연속 휴장에 들어가기 전인 18일 종가보다 0.25엔 오른 수준이다. 장중 161.93엔까지 올랐던 엔 환율은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온라인 회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급락해 한때 161.06엔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소규모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거나, 개입의 사전 단계로 통하는 '레이트체크(환율 조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돌았다.

161.96엔은 일본 당국에는 사실상의 방어선으로 통한다. 이 수준을 넘어서면 차트상 다음 저항선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엔 환율이 이 수준에 머물렀던 1986년은 전년 플라자 합의를 계기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절상되던 국면이었다.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이 선 부근에서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23일 오전 재무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22일 밤 베센트 장관과 온라인 회담을 갖고 세계 금융시장과 중동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공개했다. 환율 개입을 협의했는지 묻자 그는 "미일 간에 필요하다면 언제든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돼 있다"며 "그 점에 관해서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회견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던 것과 비교하면, 개입을 시사하는 경계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달러 강세


가타야마 재무상이 개입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지만 엔화의 반등은 제한적이었다. 일본 시간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61엔대 중후반에서 등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당국 개입을 의식한 엔 매수·달러 매도가 나오는 한편,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엔 매도·달러 매수도 함께 나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엔 매도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일본 내부보다 미국 쪽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의 달러지수(DXY)는 22일 101을 넘어서며 2025년 5월 이후 1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이를 두고 중동 정세 불안에 기댄 '유사시 달러 매수'가 아니라, 미국 경기 낙관론과 금리 인상 관측을 배경으로 한 '평시의 달러 매수'가 확산하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달러 강세를 떠받치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 관측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공개한 정책금리 전망에서 연내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금리 선물시장으로 정책금리를 가늠하는 '페드워치'에서 연준이 연내 한 차례 이상 올릴 확률은 22일 저녁 90%에 육박해, 1주일 전(60% 미만)보다 크게 높아졌다. 같은 날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서 미일 금리차 확대 관측이 엔 매도·달러 매수로 이어졌다.

이에 시장의 눈길은 25일 나오는 5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모아지고 있다. 연준이 중시하는 이 지표에서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지수가 예상보다 높으면 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와 엔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숀 오즈번 스코시아캐피털 수석 외환 전략가는 "근원지수가 완만하게 상승해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쪽 금리는 더디게 움직인다.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로 올렸다.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금리 인상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이 반년에 한 번 정도의 완만한 속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미일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 약세를 다시 부추긴다.

일본 당국은 이미 대규모 개입에 나선 적이 있다.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총 11조 엔이 넘는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지만, 현재 환율은 4월 30일 개입 직전보다 오히려 더 엔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타야마 재무상이 '단호한 조치'를 거듭 강조하며 경계 수위를 끌어올렸지만, 닛케이는 이번 엔저의 근본 원인이 미국 금리 인상 관측과 달러 강세에 있는 만큼 일본이 '평시의 달러 강세'라는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험로에 놓였다고 봤다. 하시모토 마사시 국제통화연구소 상석연구원도 일본이 엔저 때문에 경제위기에 빠진 상황이 아니어서 미일 공조 개입은 문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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