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가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시장에서 신탁방식이 조합방식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목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신탁방식 재건축 집적지로 평가된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1·2·5·9·10·11·13·14단지는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우리자산신탁이 1단지, 하나자산신탁이 2·5단지, 한국자산신탁이 9·11단지, 한국토지신탁이 10단지, 대신자산신탁이 13단지, KB부동산신탁이 14단지 사업을 맡고 있다. 반면 3·4·6·7·8·12단지는 조합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목동에서 신탁방식이 확산된 배경에는 사업 추진 속도에 대한 기대가 있다. 신탁방식은 조합 설립 절차 없이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돼 인허가, 시공사 선정, 분양, 정산까지 사업 전반을 총괄할 수 있다. 사업비 조달과 의사결정 구조 측면에서도 조합방식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사태 이후 더 커졌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멈추면서 조합 중심 사업 구조가 한계를 드러냈고, 제3자인 신탁사가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다만 목동 신시가지 신탁방식의 일반적 장점으로 꼽히는 초기 사업비 조달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전진단과 정비계획 수립 등 주요 초기 절차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초기 자금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목동에서 신탁방식이 선택된 이유를 단순 자금 조달보다 사업 관리와 속도, 리스크 분산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목동 일부 단지에서는 신탁방식의 속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목동 13단지는 토지 등 소유자 동의를 확보한 뒤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까지 약 3주 걸렸다. 목동 14단지를 맡고 있는 KB부동산신탁은 현재 통합심의를 진행 중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통합심의를 5월 말 접수해 현재 유관 부서와 협의하고 있다”며 “연내 통합심의와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탁방식이 항상 조합방식보다 빠른 것은 아니다. 목동에서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조합방식인 6단지다. 6단지는 목동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서울시 통합심의도 선제적으로 통과하며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방식을 택한 단지에서는 신탁방식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성진 목동7단지 조합장은 신탁 대신 조합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목동은 사업성과 분양성이 충분한 만큼 수백억 원에 달하는 신탁 수수료를 부담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공사들도 신탁방식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본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신탁방식은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공사비 지급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협의 과정에서는 신탁사를 거쳐야 해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목동 재건축은 신탁방식이 국내 정비사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4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신탁방식을 택한 만큼 향후 사업 속도와 수수료 부담, 의사결정 효율성, 시공사 협상력 등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신탁방식이 목동 등 노후 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적극 홍보됐지만 아직 조합방식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목동 재건축은 신탁사 역량을 검증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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