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업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다음 달 3일 기업 회생계획 인가 시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회생 여부가 안갯속이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부담과 경영 책임을 서로에게 요구하면서 정상화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회생법원은 홈플러스에 오는 30일까지 2000억원 조달 계획을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 시한은 오는 7월 3일이다. 회생계획을 실행하려면 상품 대금과 임금, 구조조정 비용 등에 투입할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이 필요하지만 자금 조달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DIP는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이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빌리는 신규 자금이다. 홈플러스가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고 매출 회복 기반을 마련하려면 채무 조정과 별도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하다.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회생계획이 인가되더라도 실제 영업 정상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메리츠는 1000억원을 조건부 예치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나머지 금액은 MBK나 제3의 투자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출 조건으로 MBK와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연대보증도 요구했다. 대주주가 회생 의지를 자금과 보증으로 먼저 보여야 추가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MBK는 이미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대출 보증, 외부 차입 등을 통해 홈플러스에 자금과 신용을 제공했다며 추가 부담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또 메리츠가 홈플러스 부동산의 선순위 담보권자로서 청산 시 채권 회수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담보 회수보다 회생을 위한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생법원이 이날 홈플러스에 2000억원 조달 계획을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신규 자금 조달을 놓고 벌이는 양측 간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홈플러스 영업 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영업을 중단한 37개 점포를 폐점하고,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대형마트와 온라인·본사 사업에 대해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NS홈쇼핑 측에서 받은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1206억원은 밀린 납품대금과 급여 등 기존 채무 처리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 정상화를 위한 신규 자금으로 활용할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추가 DIP 대출이 사실상 회생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확보하면 진행 중인 구조혁신을 마무리하고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구축해 아른 시간 안에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4월 임금 중 미지급됐던 75%와 5월 임금 및 휴업수당을 이날 전 직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과 채권단이 회생계획을 받아들이려면 자금 조달 주체와 채권 변제 방안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7월 3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추가로 살펴보기 위해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률상 최종 시한은 오는 9월 3일이다.
반대로 신규 자금 유입 가능성이 낮고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청산 절차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홈플러스 임직원과 납품·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MBK와 메리츠가 2000억원 부담 방식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 홈플러스 회생 시계는 더 빠르게 청산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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